대한광복회 회원으로 군자금 모집에 참여했던 백야 김좌진은 일제에 발각되어 그만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광복회의 선택은 만주였다. 백야 김좌진을 만주로 들여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백야 김좌진은 독립에 대한 염원 하나만을 가슴에 새긴 채 만주로 들어왔다. --- p.9~10
하시모토는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댔다. 나머지 일본군들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이놈이 기마대의 중대장인 모양입니다.” 부관 박영희의 말에 사령관 김좌진은 껄껄웃음을 터뜨렸다. 무간지옥 천수평에 어울리지 않는 유쾌한 웃음소리였다. “지휘관이란 놈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이냐? 이것이 대일본제국의 실체였더란 말이냐?” 말을 마친 백야 김좌진은 하시모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하시모토는 사색이 되었다. --- p.57
백야 김좌진이 천리봉 정상에 올라서자 동녘으로 새벽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 아래의 아즈마 부대 본부가 눈에 들어왔다. 규모로 볼 때 북로군정서군의 몇 배는 될 것 같았다. 등성이에 올라 야포를 준비하고 있는 아즈마 부대의 포병과 사거리 안에 든 다카노와 하세가와의 보병도 눈에 잡혔다. “선제공격을 한다. 고지를 점령한 것 외에는 저들에 비해 이로운 것이 없다. 숫자도 화력도 부족하다.” 사령관 백야 김좌진의 얼굴에 비장감이 감돌았다. --- p.84~85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 속에 일본군의 저벅거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계곡을 울려대고 있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푸른 바람이 손에 밴 땀을 식혀주었다. 서남산 중턱에 매복하고 있던 홍범도는 일본군 주력부대가 무사히 봉오동으로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긴 뱀의 꼬리가 사려지자 마침내 총성이 울렸다. “탕!” 봉오동을 무너뜨리는 소리였다. 이어 천둥이 울리듯, 우레가 터지듯 봉오동이 무너져 내렸다. --- p.130~131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마침내 북로군정서군 무기구입단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나서 화폐개혁을 단행해 북로군정서군이 가져간 돈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당황한 백야 김좌진은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혹독한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p.147
정비를 마친 대한독립군단은 원동공화국의 지원을 받아 일본군과의 결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다. 원동공화국에서 자유시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모든 독립군이 무장을 해제한 채 들어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한독립군단은 곧 토론에 들어갔고 대부분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그들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말았다. 그러나 백야 김좌진의 생각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