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육일약국이 자리하고 있는 교방동은, 시내버스에서 내려서도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변두리에 자리한 동네이다 보니 큰 건물 같은 택시 포인트가 없어서 정확한 목적지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 어차피 없는 택시 포인트인데, 우리 약국을 랜드마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며칠 뒤, 택시를 이용할 일이 생겼다. 나는 택시를 잡는 순간부터 입속으로 ‘육일약국 갑시다’를 되뇌었다.
“기사님요, 육일약국 좀 가주이소.”
“육일약국요? 거가 어딘데예?”
나는 택시를 탈 때마다 일단 육일약국을 가자고 먼저 얘기하고,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면 약국의 위치를 부연 설명 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났을까? 창원에서도 마산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상남동에서 택시를 타게 되었다.
“기사님, 육일약국으로 가주이소.”
택시만 타면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었다. 마산도 아닌 창원에서 동네 이름도 말하지 않고 무조건 ‘육일약국을 가자’고 하다니…. ‘아차!’ 싶었다. 부연설명을 곁들이려는 순간, 기사님은 기어를 바꾸고 택시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내게 한마디 덧붙였다.
“마산, 창원에서 택시 기사 한 달하고 육일약국 모르면 간첩이라 안 합니꺼.”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육일약국은, 어느덧 마산에서 가장 유명한 약국이 되어있었다. --- p.10
약국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보이면 나는 문을 열고 나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오랜 시간 어시장에서 일하신 분들에게는 아무리 씻어도 벗겨 낼 수 없는 바다의 짠내가 배어있다.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오후에는 생선의 비린내까지 겹쳐 더욱 심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르신들은 약국 안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했다. 때문에 내가 뛰어나가 손을 잡고 안부를 물은 것이다.
“아이고, 박사님 손 더럽심더.”
“더럽긴요! 할매요. 글고, 지는 박사 아니라, 약삽니더. 박사아니라예. 그런데 신경통은 좀 어떠신교?”
그럴 때면 어르신들은 내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약사님 같은 분이 박사를 해야지. 누가 박사를 하는교?”
형편이 어려워 대학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나에게 그분들은 서슴없이 박사라고 불러주셨다. 지위고하?빈부격차를 막론하여, 사람을 가리지 않고 섬긴 나의 마음을 알아주신 것이다. --- p.68
직장인들은 달력의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휴일에 늘어져라 낮잠을 자거나, 여행을 가더라도 월급은 제 날짜에 들어온다. 일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쉬는 날이 많을수록 손해다. 정해진 시간에 나갈 돈은 많다. 가게의 월세부터 관리비, 직원들의 급여, 하다못해 세금까지 나갈 돈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직원들이 쉬는 휴일에도, 하물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에도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만든다. 주위에서 ‘독한 놈’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아랑곳 않고 365일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낸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자영업자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회사에서도 무색무취의 무미건조한 직원보다는, 발로 뛰며 스스로 일을 만드는 사람을 인정하기 마련이다. 일을 만들고 해결하다보면,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하며 자신감에도 탄력이 붙는다. --- p.101
예전부터 내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절대 뿌듯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어제 하던 그대로 했다면 부끄럽게 생각하라. 어제와 비교해 다른 오늘을 살았다면, 한 달 후에는 조금 달라지며, 6개월 후는 더욱 변화된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반복되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할 때, 발전된 내일을 맞을 수 있다. 오늘 소소한 성공이라도 이루겠다는 노력이 쌓여야 비로소 큰 성공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구체화 하는 노력 끝에 얻는 결과는 말할 수 없는 큰 기쁨과 보람이다. 암초가 무서워 배를 띄우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상을 찾을 수 없다. --- p.109
영남산업의 대표이사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나는 매번 팀장과의 약속을 칼같이 지켜나갔다. 그러기 위해서 적어도 약속 시간 15분 전에 장소에 도착했다. 그 15분 동안 사무실 밖에서 그날의 대화를 미리 연습하고, 예상 답변까지 생각하며 만남을 대비했다. 그리고 시계 초침이 약속 시간에 도달하면 단 1초도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더 빠르지도, 더 늦지도 않게 '정시'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포인트였다. 매 약속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다섯 번째 만남에서 구매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간을 참 정확히 지키시네요.”
때를 놓칠 세라 준비해온 답변을 덧붙였다.
“우리 영남산업도 LG전자 협력 업체로써, 한 치의 오차 없이 납기일을 지키도록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장님이 시간 약속이 칼 같으신 걸 보니, 영남산업에 물량을 많이 드려야겠는데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은연중에 느껴졌던 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우리 회사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경영한 결과, 영남산업을 경영한지 3년 만에 4배 이상의 물량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시발점은 사소하게 보이는 ‘약속 시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 p.167
주위에서는 공교육도 아니고 사교육에서 무슨 인성 교육이냐고 말한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을 올리느냐고 묻기도 한다. 우리 사이트에는 워낙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들이 몰려 있는데 이들은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될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성적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라의 미래라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비전과 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이 아이들을 통해 삭막한 세상이 살만한 곳으로 변화할 것이라 믿는다.
---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