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곡 선생님_인문운동가
Q.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풍부하게 하고, 자신과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인문적 토대’를 쌓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은 욕구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해요. ‘물신의 지배’로 인해 감추어져 있는 우리의 ‘숭고 지향의 품성’을 일깨우는 것이죠. 밝은 품성과 감성이 살아나면, 물질적 소유와 소비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럽게, 부자유
없이 감소하게 되어 ‘인간’이 풍요로워지게 될 것입니다.
요즘 나라와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는 편 가름과 증오의 문화를 허무는 인문적 토대란 ①‘내 생각이 틀림없다.’ 는 단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과 ②‘분리 독립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체一體를 자각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세상의 변혁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인문적인 토대를 튼튼하게 해야 할 것이에요. 물론 배우는 것이 즐거워야 진짜입니다. - 12p
국문학_마광수 교수님(연세대 국문학과)
Q. 우리나라의 위선적 도덕주의와 문학
한국의 현대문학이 이광수 이래로 고수해온 도덕적 전통이, 한국 소설을 정체시키고 답보시켜온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요. 위선적으로 고착된 도덕주의와 경건주의,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인격이나 가치관을 저울질해보려
는 태도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사회적 입지를 위축시켜 그들을 이중인격자로 만들어버리기 쉬워요. 문학이 근엄하고 결백한 교사나 사제의 역할, 또는 혁명가의 역할까지 짊어져야 한다면,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은 잠식되고 말 것이에요. 작가들은 저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가진 생각과 세계관이 다른 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학적 표현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해요. 제가 쓰고 있는 야한 것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발상은, 우리 사회를 획일적 윤리 기준에 묶어두려는 독선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에 다름없어요. ‘즐거운 사라’에 씌워진 음란물이라는 혐의를 벗기려는 나의 노력은,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한 싸움인 셈이죠. - 34p
물리학 장회익 교수님(서울대 물리학과)
Q.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어떻게 융합하나요?
이것을 위해 먼저 내가 생각하는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를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본래 자연과학을 해 온 사람이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하는 과학이 내 삶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문학자로
대우하기 시작했어요. 한 마디로 학문의 내용이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라거나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체계의 일부로 간주 될 때 이것은 이미 인문학이 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위해서는, 자연과학 쪽에서 먼저 자신의 학문 안에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줄 내용이 무엇인가를 살펴, 이를 외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인문학 쪽에서도 자연과학의 내용 안에 이러한 것이 있는가를 살펴 이를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해요. 진정한 과학자는 자신이 학문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진정한 인문학자는 학문이 자신을 위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요. 이런 점에서 나는 진정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인문학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고 그러한 노력이 성공을 거둘 때, 비로소 과학과 인문학의 진정한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169p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