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부모가 멀쩡하게 살아있어도 애정 결핍증에 걸리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내가 부모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를 집요하리만큼 권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림책을 통해서 사랑과 신뢰의 바람직한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가 생기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 유치원에 가게 되어 불안한 아이, 초등학교의 새로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히 더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도 읽어주기에 인색하지 않은 것이 좋다. 어른들이 시 낭송을 듣는 것은 시를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지 않는가 행여 그림책을 글자 공부나 지식 학습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림책을, 사랑을 전하고 두배의 기쁨을 안겨 주는 행복의 전령으로 삼아주기 바란다.
--- p.71
좋은 그림책의 조건
1. 아무 조건없이 부담없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
2. 어린이에게 친숙한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3. 그림에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
4. 정확해야 한다.
5. 성실해야 한다.
6. 아름다워야 한다.
--- p.34 - 35
어린이는 자기가 볼 그림책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구입할수도 없다. 그러므로 인생 최초의 교사이기도 한 어머니에게는어린이를 좋은 그림책과 만나게 할 중대한 책임이 따른다.자녀에게 몸에 좋은 양식을 제공할때 따지고 또 따져서 먹이듯이 그림책 제공에도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 p.16
어린이 편에 서서 어린이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제일 확실하고 제일 좋은 방법으로 그림책 함께 보기를 권한다. 배가 고프다든지 졸린다든지 하는 어린이의 생리적 변화는 엄마들이라면 특별히 연구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나 생각은 놓치기 일쑤다. 또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 p.19
'아이는 언어(말)를 먹고 삽니다. 댁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언어를 먹이고 있습니까?'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 언어는 어휘나 문장에 큰 변화가 없고 폭도 좁으며 극히 실용적인 것으로 한정됩니다. 풍부한 언어 생활을 도와 주려면 좋은 그림책을 읽어 주세요. 그 속에 진수성찬이 들어있습니다. 좋은 언어(말)를 먹여주세요.'
--- p.40
몇 년 전에 나온 책인데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김영사)라는 미국인 목사 로버트 풀검이 쓴 에세이집이 있다. 풀검의 에세이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책 제목에 있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글이었다. 이미 읽은 독자도 있겠지만 여기에 옮겨 보겠다.
무엇이든지 나누어 가져라.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아라.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깨끗이 치워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라.
밥 먹기 전에 손을 씻어라. 화장실 물을 꼭 내려라.
따뜻한 쿠키와 찬 우유가 몸에 좋다.
균형잡힌 생활을 하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매일 적당히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매일 오후 낮잠을 자라.
밖에 나가서는 차 조심하고 손을 꼭 잡고 서로 의지하라.
경이로운 일에 눈떠라. 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뿌리가 나고 새싹이 나서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들도 모두 그와 같은 것이다.
금붕어와 애완용 쥐와 흰쥐, 그리고 심지어 스티로롤 컵 안의 작은 씨앗조차 모두 다 죽는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그림동화 책과 여러분이 배운 첫 단어인 가장 놀랄 만한 단어 '이것 봐!(Look)'를 기억하라.
위의 내용은 유치원의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모든 유아 교육에 적용되어야 할 것들이다. 특히 부모 노릇을 깨우쳐 주는 데 황금률과 같은 말이다.
--- pp.109-110
듣기는 모든 언어 생활의 기초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말들 들으며 자란 사람은 말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고 세련되며 그 말이 열어 주는 세계에 익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글자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뛰어난 말을 들려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다시 한 번 권한다
--- p.66
글자를 아직 읽지 못하는 어린이는 엄마 무릎에 기대앉아 그림책 읽어 주는 엄마 목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어린이는 그림책에 대해 호감과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독서 습관의 첫걸음은 읽어 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손으로 그림책을 만지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책을 읽지 않는 어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책을 보는 즐거움을 많이 체험하게끔 해야 한다.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