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건 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일본에다가 논어, 천자문 등 한문학을 전한 백제시대의 학자라는 것 정도이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그를 부를 때는 꼭 박사라는 호칭이 따라붙은 걸 보고 대학자인가 보다고 생각한 게 나의 상상력의 전부였는데 대학자치고는 남은 기록이 너무 빈약한 게 오히려 송은일 씨의 상상력에 용기를 불어넣은 게 아닌가 싶다. 이 작가는 이 기록의 공백을 자신의 풍부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열린 마당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전제했을 터이고, 당대의 두 나라 사회상에 대한 힘들고 고달픈 고증의 과정도 거쳤으리라 믿는다. 이 당차고 야심만만한 작가는 충분히 그 정도의 일은 저질렀으리라 믿고 기대해본다. 박완서(소설가)
우리 고대사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기상이 왕인과 그 주변 인물들의 다채로운 삶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왕인의 운명적 여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하고,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에 눈물짓게 하며, 고구려와의 치열한 전쟁과 권력 쟁투의 음모를 파헤쳐가는 지략 대결에서는 손을 불끈 쥐게 한다. 재미와 감동과 교훈이 모두 담겨 있는 멋진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적절히 버무려가며 만만찮은 분량의 이야기를 개연성 있고 흡인력 있게 끌어간 작가의 필력이 실로 대단하다. 중국과 한반도와 일본에 두루 영향을 미친 백제의 기상이 읽는 내내 나를 흥분시켰다.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김주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