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을 쓴다고 해서 좋은 방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쇼 호스트의 멘트는 누구나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표현해야 한다. 단, 표현은 쉽더라도 반드시 특유의 관점과 논리가 추가되어 번득이는 재치가 엿보여야 한다. 고객이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쇼 호스트뿐 아니라 일상의 대화조차도 말은 쉬워야 한다. 쉽다고 해서 저질의 표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문 용어를 적당히 구사하는 것인데, 이 말은 평범하게 말하지 말라는 의미다. 쇼 호스트가 너무 평범한 어휘와 쉬운 표현만을 구사할 때는 의외로 수준 낮은 쇼 호스트로 오인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시종일관 외래어나 전문 용어 또는 난해한 이론만을 들먹이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장 좋은 것은 고객의 수준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전문 용어나 어려운 수사를 가끔씩 동원하는 것이다.

매출에는 심리적인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남성 고객을 상대로 고가의 노트북을 팔 때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 용어를 들먹이면서 방송을 했는데 대박이 났다. 정말 좋은 방송이었고 쇼 호스트의 말에 호감이 가서 3백만 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선뜻 구입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실질적인 의미 전달은 잘 되지 않았지만 이미지 전달만은 성공적이었다는 증거다. 쇼 호스트의 이미지는 전문가로 비쳐졌고, 그 쇼 호스트의 말에 신뢰가 생겨 구매로 이어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