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낭만 래퍼로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사회적 활동가로 일하며 거리에서 랩 공연을 해 왔다. 2010년 제주도로 이주한 후로는 제주힙합 일원으로 살면서, 대중음악과 인문학을 버무려 다양한 교양 수업을 만들고 전국을 누비며 강의한다. 국내 최초로 ‘스포큰워드(Spoken Word, 랩처럼 언어의 리듬을 살려 낭독하는 문학 퍼포먼스) 워크숍’을 개발했고, 발표회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말과 생각이 무대 위에서 반짝이도록 돕는다. 대중음악과 소규모 라이브클럽을 사랑하는 그는 세상의 작고 소중한 음악인들에게 환호하고 교류하기를 즐긴다. 지은 책으로 동물복지 안내서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와 대중음악으로 소통하는 문화예술 안내서 『10대처럼 들어라』가 있다.
“침울해 보이던 청소년에겐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숨어 있던 찬란한 언어가 꿈틀대며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진솔한 고민들…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으로는 어림없었을 테다. 랩만이 끄집어낼 수 있는 침묵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랩이라면 침묵을 깨고 폼 나게 툭툭 털어놓을 수 있다. 그 언어의 향연이 교실 뒤편에서, 마을 책방에서, 공원 가로등 아래에서, 구석구석 피어난다면 세상은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살아 있는 말의 장단이 활짝 펴 삼삼오오 발걸음을 불러들인다면 세상은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내가 꿈꾸는 세상의 풍경이며, 이 책을 쓴 이유다.” --- pp.15~17
“글자 하나에 실로 엄청난 소리가 숨어 있다. 이 소리를 어떻게 조합하여 발음하느냐에 따라 개성 있는 리듬과 랩이 창조된다. 말을 뱉는 순간 감 잡아야 한다. 찰나에 세밀한 감정까지 불어넣어야 감동이 온다. 모국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숲’을 발음하면서 어떤 이는 햇빛 찬란한 여름의 숲 속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구름이 약간 드리워진 회색의 겨울 숲을 상상할 것이다. 그 차이가 랩의 차이를 만든다.” --- pp.83~84
“발전기가 제 일을 못 찾아 툴툴거린다고 지금의 일이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밑그림을 그리듯 윤곽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방황이 필수다. 방황 속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다 보면 방황은 어느덧 예리한 경험이 된다. 그 과정에서 발전기를 다루는 감각은 날로 능숙해지고, 사용 설명서는 제법 두툼해진다. 가리온의 ‘MC 메타’ 또한 자신의 발전기에 힙합 딱지를 붙이기까지 외로운 방황을 계속했다. 그는 차곡차곡 가사를 완성해 갔고, 마침내 자신의 힙합을 완성해 냈다.” --- pp.93~94
“거짓에 휩싸이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남에게 분노한다. 자꾸만 내 약점을 숨기려고 든다. 약점을 모조리 꺼내서 도마 위에 올려놓자. 약점 중에서 진짜 단점이라 쓸모없는 것들은 잘라 버리고, 알짜배기 약점은 손질해서 모아 놓는다. 랩과 슬램으로 요리해야 하니까. 래퍼들은 자신의 약점을 잘 활용한다. 자타 공인하는 초라함을 있는 그대로 밝혀서 돋보이게 한다. 송곳으로 찔러도 끄떡없어 보인다. 영화를 생각해 보라. 약점 하나 없는 주인공이 탱자탱자 살면 무슨 재미가 있나. 똑같은 거다.“
저자 박하재홍은 래퍼이다. 그의 저서 《랩으로 인문학 하기》를 읽고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대한민국 래퍼들이 품고 있는 인문학적 감성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보면 된다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힙합의 시작점부터 홍대 힙합 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움 속에 숨어 있는 래퍼들의 소울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힙합에 대한 이해이고 이는 이 문화에 대한 존중에 맞닿아 있다. 랩 음악에 관심이 있는가? 힙합을 좋아하는가? 랩을 하고 싶은가? 그럼 절대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 MC 메타 (가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