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마법을 시작하며
약속에 늦어 정신없이 외출 준비를 하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묻는다. “뭘 찾길래 이렇게 정신이 없어?”
내가 대답한다. “전화기가 없어~! 지금 늦었는데~! 미치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편의 침묵.
“... 지금 나랑 통화하는 건 뭘로 하고 있는데?”
이번엔 나의 침묵.
“... 아!!!”
내가 이렇다.
아직도 어린 두 아들 때문에 나의 정신은 하루에도 안드로메다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다. 외출을 하려면 풀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신발, 가방까지 완벽 코디가 아니면 나가지도 않던 내가 지금은 눈썹 그릴 시간도 없다. 아마 동네 지인들은 무릎 나온 체육복에 나의 반쪽 눈썹을 자주 봤으리라. 화장품은 아이들이 바르는 베이비로션으로 바꾼 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나의 드레스 코드와 생활 코드가 바뀌었다. 초간단, 초스피 드~!!!
길고 늘어지고 오래 걸리는 것은 시도할 수도 없는 생활 패턴이 돼 버렸다.
벌써 25년째다. 그 세월 동안 패션과 미용 전문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업무 미팅을 위해 거의 매일같이 수많은 화장품을 사용해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피부는 정말 민감하고, 또 나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분명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극을 주지 않고 건강한 피 부가 될 수 있는지 꾸준히 노력하다 취미생활로 천연화장품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 품질에는 만족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건 변함이 없었다. 천연화장품에 관한 수 많은 레시피들을 소화 하기엔 나는 언제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머리가 나빠서인지 복잡한 건 기억을 못 하겠다. 게다가 재료들을 이것저것 사 놓으니 유효기간 전에 사용하는 것도 숙제처럼 부담스러워 효과적인 몇 가지로 종류를 정리했다. 천연 첨가제도 자주 사용하고 피부에 효과적인 것 위주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나니 자연히 레시피도 단순해졌다.
엄마가 되면서 전에 없던 책임감이 생겼다.
바로 엄마로서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처음엔 ‘내가 왜 이러나’하고 조금은 생소하기도 했지만 가족의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의 체험으로 알게 됐다. 거기에는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피부의 건강도 포함된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첨가물과 유효기간, 제조날짜를 확인하며 구입하는 그 마음으로 화장품도 착한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져 갔다. 나만 생각하던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건강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아 원료 하나에서부터 사용 느낌까지 확인해 가며 레시피를 짜 봤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월과 동행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과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빛나고 건강해지는 인생과 그런 인생에 어 울리는 아름다운 피부를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위한 선택은 바로, 자연 그리고 편리함
내게 도움을 준 피부 전문가들과 많은 서책들을 통해 얻은 한결같은 이야기 하나. 그것은 피부를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바르고 덧입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피부를 믿어 보기로 했다. 피부가 건강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나의 피부 생태계를 가꿔주고 싶었다. 지친 심신을 자연에서 치유 받듯이 피부도 자연과 가까운 상태에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 주고 천연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피부를 위한 천연화장품을 만들 때의 기준, 이렇게 정리했다.
1) 간단하게 만들자. 레시피도, 만드는 과정도 복잡한 건 싫고 시간도 없다!
2) 화장품 원료는 천연 재료 중에서 선택한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재료라면 믿음이 간다.
3) 보습을 기본으로 피부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자.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만의 화장품 레시피 가 안전할까?
내 마음속에 1%의 불안함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 실험연구소에 우리가 만든 천연화장품의 성분 검증을 의뢰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화장품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과지를 받았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재료로 만드니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천연 재료인 만큼 유통기간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제시해 주어야 하는 숙제도 생겼지만, 어쨌든 우리의 레시피를 다른 이들에게 더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게 됐다.
천연화장품을 간단하게, 빠르게, 손쉽게 만들어 쓸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준비물이 많지 않아도 된 다면 내 피부를 위해 적어도 한 번은 사용해 보고 싶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처음 천연화장품을 만들면서 느낀 어려움들을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다 단순하고 합리적 인 천연화장품 레시피’를 제안하고자 한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브차와 그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도 계절별로 소개한다. 그 계절에 가장 좋은 건강한 재료를 통해 다양한 변화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용 전문 쇼호스트를 하며 알게 된 화장품에 대한 노하우, 피부 관리팁과 더불어 천연화장품을 수 년간 알아가면서 깨달은 피부에 대한 이야기도 할 것이다. 건강한 삶을 원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천연화장품이 가져다 주는 ‘먹고 마시며 바르는 피부의 마법’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 저자의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