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미술관’은 예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미처 시간을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매일 미술작품 한 점을 감상하면서 잠재력을 향상시킨다는 동기에서 기획된 책이다. 미술감상과 자기계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구성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한 주제가 끝나면 그와 관련된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이른바 천일야화 식의 구성을 선택하고 스스로 여주인공 세헤라자데로 변신했다. 예를 들면 단오절이 있는 5월에 로코코 시대 걸작인 프라고나르의 「그네」를 소개하고, 다음 날 조선시대 부녀자들이 단오절에 그네 타는 풍습을 묘사한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그 다음 날에는 그네 터의 생생한 분위기를 표현한 르누아르의 「그네」로 이어지는 식이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 구성은 동일한 주제를 예술가들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했는지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재미를 주는 한편 주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을 갖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 만큼 ‘아침미술관’에는 4계절과 12개월, 각 기념일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 서문 중에서
한적한 시골 농가. 집밖을 나온 아기가 엄마 품을 떠나 생애 첫발을 내딛습니다. 아빠는 저만큼 떨어져 한쪽 무릎을 땅에 꿇은 채 아기를 향해 두 팔을 내밉니다. 아빠가 기꺼이 허리와 무릎을 굽힌 것은 자식에게 헌신하겠다는 마음의 표현이지요. 그러나 아빠와 아기 사이에는 빈 공간이 놓여 있습니다.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먼 이 공간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필요한 거리입니다. 아기가 홀로 걸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하지만 자식이 넘어지면 한달음에 달려가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만큼의 거리, 바로 사랑의 공간이지요. 시인 김혜순은‘첫’의 의미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첫 가슴엔 칼이 들어 있다. 첫처럼 매정한 것이 또 있을까. 첫은 항상 잘라버린다.” 인간은‘첫’을 매정하게 잘라버려야만 두 번째 단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의 모든 아기가 설령 바닥에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해도 스스로 혼자 걸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0105) --- 본문 중에서
바탕천에 십 원짜리 동전이 빈틈없이 붙어 있습니다. 작품 한가운데 동전은 검게 변색되었는데 돼지 저금통 형상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난한 사람들이 손때 묻은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집어넣으면서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부자에게는 푼돈에 불과한 동전이지만 서민들은 십 원짜리 동전이 모이면 목돈이 되고 그 돈이 있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작가는 부자가 되고 싶은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윌버라는 아이에게 어느 날 뜻밖의 용돈이 생겼어요. 아이는 그 돈을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데 쓰기로 결심하고 새끼돼지를 사서 키웁니다. 윌버는 다음 해에 돼지를 팔아 생긴 돈으로 한센병 환자 가족을 도와주었어요. 이 미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이웃돕기에 동참했습니다. 돼지 저금통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돼지 저금통은 가난한 자들을 위해 태어났어요. 돼지 저금통은 작은 돈으로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0223) --- 본문 중에서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발라는 그림에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운동감과 속도감을 불어넣은 새로운 형식의 그림을 선보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화가는 영국 사진가 마이브리지와 프랑스 사진가 마레이의 연속동작사진 기법을 그림에 도입해 움직이는 미술의 물꼬를 열었습니다. 당시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시대였고, 이런 시대 분위기가 예술가에게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자극제가 된 것이지요. 미국 최고의 디자인학교 RISD의 존 마에다 총장은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비결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발라는 ‘왜 속도감을 표현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운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창조했지요. 오늘은 ‘왜’라는 단어를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0308) --- 본문 중에서
깊은 밤 외딴 교외에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집 주변의 나무들과 저택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도 덩달아 짙어집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가로등 불빛만이 홀로 주변을 밝힙니다. 그런데 하늘을 보세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어요. 하늘은 대낮인데 땅은 밤이군요. 그림은 낮과 밤의 풍경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이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화가는 왜 ?이면서 밤인 풍경화를 그렸을까요? 감상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들어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면을 연출합니다. 지식이나 상식의 틀을 벗어날 때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마법에 열광하는 것도 초능력을 원한다는 증거이지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법이 있어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잠력을 믿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굴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0411) --- 본문 중에서
화가 박영근은 매년 5월 8일이면 여섯 송이 카네이션을 선물 받습니다. 그에게는 여섯 명의 딸이 있는데 자식들이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꽃을 선물하는 것이지요. 카네이션을 받은 화가는 꽃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꽃은 부모를 사랑하는 딸들의 마음이면서 진한 가족애를 의미했거든요. 가슴이 뭉클해진 화가는 마음의 떨림을 그림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꽃을 그렸지요. 유화물감으로 카네이션을 그린 다음, 채 마르기 전 전동기구인 그라인더와 샌더를 사용해 물감층을 갈아내고, 다시 그리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감정을 지닌, 세상에서 유일한 카네이션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박영근 표’ 카네이션은 리드미컬한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사랑을 노래합니다. 꽃들의 노래가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의 마음에 울려 퍼집니다. 사랑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해준 카네이션이 있어 더없이 행복한 오늘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저서《예언자》에서 이런 구절이 눈길을 끌더군요.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수는 없다. 왜?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에도 찾아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어제의 나는 자식이고 내일의 나는 부모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싶네요.(0508) --- 본문 중에서
암흑 속에서 상체를 벗은 젊은 남자가 빛을 향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남자는 오른쪽 방향으로 얼굴을 기울이면서 왼손은 가슴에 얹고 오른쪽 검지로 하늘을 가리킵니다. 그림의 제목에 따르면 남자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하지만 요염한 미소를 짓는 젊은 남자가 세례자 요한이라고 누군들 믿을 수 있을까요? (…) 더욱 신비한 것은 남자의 손가락입니다. 요한의 얼굴 방향을 따라 선을 그으면 어깨, 팔꿈치를 지나 검지로 이어지거든요. 대체 화가는 검지 언어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인간의 몸짓에 대해 연구했던 존 불워는 “손은 혀보다 앞서 가장 먼저 생각을 알려주는 메신저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말을 입 밖에 내기 이전에 손짓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둥근 도자기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둥근 형태를 손짓으로 먼저 그리지요. 상대의 손짓을 관찰하면 미처 말하지 않은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