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자, 하 중령은 남서쪽 방향으로 뛰었다. 그런 하 중령의 이동을 보았는지 총알이 하 중령 쪽을 향해 빗발쳤다. 하 중령은 얼마 뛰지 못하고 나무 뒤쪽에 몸을 숨겼다. 하 중령이 자세를 잡았을 때, 최 중위가 있는 곳 왼쪽 위로 다가오는 일본군이 보였다. 하 중령은 재빨리 총을 겨눴다. 타타타탕! “악!” 자동 연사로 4발이 발사되고, 위에서 최 중위 쪽으로 오던 일본군 병사 한 명이 비명을 지르고 떨어졌다. “빨리 이쪽으로 이동해!” 최 중위는 미리 장전해 두었던 탄창을 갈아 끼웠다. 최 중위가 몸을 낮춰 이동을 하자, 9시 방향의 일본군이 고개를 들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하 중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있는 힘껏 그곳을 향해 던졌다. “엎드려!” 꽝! 폭발 소리와 함께 일본군 병사 몇 명이 미쳐 몸을 피하지 못하고 수류탄의 폭풍에 휘말려 몸이 찢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 최 중위는 몸을 일으켜 사방으로 연사하면서 하 중령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제 수류탄도 모두 소진했다. “자넨 탄약이 얼마나 남았나?” 하 중령이 자신의 탄창에 총알을 끼우면서 물었다. 최 중위는 가방을 열어봤다. 어림잡아 한 100여 발 정도 되어 보였다. 그건 하 중령도 마차가지였다. “여기가 끝인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임무 수행을 못한 것이 한스럽군. 풋.” 탕! 탕! 총소리는 계속 호산을 울리고 있었다. 하 중령이 응사를 하는 동안 뭔가 말에 실려 올라오는 것이 보았다. 75mm 이동용 야포였다. “젠장! 다 글렀군. 중대에 야포까지 있는 줄 몰랐는데…….” 하 중령의 말에 최 중위도 야포를 확인했다. 야포만 봐서는 고폭탄을 장착하는 야포인지 철갑탄 야포인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얼핏 전쟁사 과목에서 봤던 75mm 야포가 분명해 보였다. 하 중령이 응사하는 동안 최 중위가 탄창을 갈면서 하 중령을 바라보고 웃으며 답했다. “대대장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무능한 상관을 만나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자네에게 미안하군. 저승에서 만나면 그때는 이 무능한 상관을 맘껏 탓하시게.” “젠장, 첫 임무를 멋지게 수행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저희 두 명이 저 많은 일본 놈을 상대했으니, 성공한 셈이죠? 설마 사령부에서 임무 수행 못했다고 강등시키는 일은 없겠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서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한 자에게서 오는 평온함 때문일까. 이 와중에도 최창원 중위는 살짝 농담을 던졌다. 최창원 대원의 말에 하 중령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하 중령은 지휘관으로서 부하의 목숨을 건지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3.1운동의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은 1920년. 일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조선인들을 탄압한다. 그리고 2008년의 대한민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타임 슬립을 하게 된 대한민국의 원양전단. 낮선 곳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도 잠시, 조국이 위기 상황을 알게 된 그들은 일제를 물리치고 새로운 독립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하나로 뭉친다.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넘어 강한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거대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