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철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고, 현재 서울대와 성균관대에서 강사로 ‘논리와 비판적 사고’ 및 ‘학술적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석사과정에서는 윤리학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에서는 논리학을 전공하는 등 철학 전반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인터넷상에 철학 홈페이지(www.pakebi.com)를 만들어 철학에 대한 자료를 대중들과 공유하려 노력했으며, 몇 권의 철학 책과 논문을 출판했다. 파란 옷만을 입어서 ‘파깨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으며, 철학도로서는 흔하지 않게 특전사에서 복무하며 태권도 교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해외에 많은 태권도 제자를 둔 무예의 고수이기도 하다.
합리적 사고란 ‘잘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간단하다.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런 생각 자체가 옳은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발전에는 두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사물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다음 단계에 이르면 사고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표현이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류는 철학이라는 것을 발명했다”는 존 배로의 말처럼 ‘사고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 사고다. --- p.25
합리적 사고를 구성하는 세 개의 축이 있다. 이것은 여러분이 합리적 사고를 해나가기 위해 항상 초점을 맞춰야 하는 세 요소들이며, 또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세 요소들이기도 하다. 첫째는 당신이 진정으로 느끼고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둘째는 당신의 생각이 옳은 이유고, 셋째는 당신의 생각이 틀린 이유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합리적 사고의 지식들은 이런 줄기로 구조화되어 있다.--- p.81
‘합리적 사고’라는 말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오류란 근본적으로 ‘비합리성’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합리성 중에서도 추리와 관련된 것을 오류라고 한다. 하나의 생각(근거)에서 다음 생각(주장)으로 진행할 때, 잘못 진행하는 것이 오류다. 오류들은 크게 형식적 오류들과 비형식적 오류들로 구분할 수 있다. 형식적 오류들이란 쉽게 말해 논리적인 추론을 잘못하는 것이다. 한편 비형식적 오류들은 내용에 근거한 추론에서 나타나는 실수들이다. --- p.94
연역논증에는 아주 많은 형식들이 있다. 그런 형식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철학 분야를 가리켜 ‘논리학’이라고 부른다. 그 많은 형식들 중 일부만이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주로 쓰인다. 더 나아가 학문적인 추리에서도 그러하다. 더욱 더 나아가 전문적인 논리학의 내용은 모두 단순한 논리형식들이 여러 개 겹쳐져 구성된 것이다. 여러분은 아주 간단한 연역논증만 배우면 그것들을 반복해 씀으로써 사실상 (그리고 ‘이론적으로’) 전문적인 논리학의 거의 모든 연역논증 형식들을 다 쓸 수 있게 된다. --- p.188
귀납은 그럴듯하고 합리적이지만 결코 타당하지 않다. 합리적이라면 그렇게 생각해서 웬만해서는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 타당성은 다르다. 어떤 추론이 타당하다면, 전제들이 참인 한 결론은 반드시 참이다. 만약 B 씨에게 투자금을 주고 원금과 이자를 몇 번 받은 사실에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귀납적’으로 추론되는 것이 아니라 ‘타당하게’ 추론된다면 이것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 그러나 B 씨의 사기사건은 귀납추론을 악용한 사례다. 귀납에 허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악용될 수도 있다. 타당하다면 허점이 없고, 사기꾼이 악용할 수도 없다.--- p.241
사고의 9요소와 9기준은 어떤 문젯거리에 대해 고려할 만한 여러 생각의 방향들이다. ‘생각의 방향’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잘 생각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여기서 ‘무엇을?’에 대한 답이 9요소고, ‘어떻게?’에 대한 답이 9기준에 들어 있다. 즉 잘 생각하려면 9요소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을 9기준에 맞춰서 검토해야 한다. --- p.284
사고의 구구단이 작동하는 지점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할 때고, 사고의 구구단이 유용하게 쓰이는 지점은 어떤 새로운 논증을 구성할 때다. 왜 새로운 논증을 구성해야 하는가?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원래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무언가 적절한 논증을 찾아내고 거기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하나의 논증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논증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p.293
합리적 사고의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짧은 글이라도 논리적으로 잘 짜맞춰 글을 쓰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많은 시행착오도 거치게 된다. 다시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겨우 몇 줄을 쓰는 데에 왜 이렇게 힘든가 하고 회의감이 밀려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서 글을 쓴다면, 곧 글을 쓰고 생각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p.407
왜 짧게 말하는 것이 말하기 기법의 핵심인가? 항상 상대방이 여러분 자신이 하는 말을 ‘진심으로’ 듣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다른 사람이 무언가 자신에게 말을 하면 듣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자신이 들은 말을 출발점으로 해서 자신의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지속적으로 몰입해서 듣는 사람들은 잘 없다. 지성적인 말하기에서는 재미있는 유머나 농담이 아니라 이유를 따지는 논리적이고 따분한 내용을 말한다. 지펼적으로 집중할 수가 없다. 듣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 전에 말이 끝나도록 짧게 줄여야 한다. 왜? 상대가 듣지 않는 말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