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인터넷게임중독의 원인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과 여가활동의 부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고 인터넷게임중독의 해결방안으로도 여가활동의 활성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 개선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좋은 대학진학만을 위한 학습 위주의 교육환경과 게임 외에 별로 할 것이 없는 여가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게임중독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여러 정부 부처들이 청소년의 게임중독예방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소년이 마음껏 뛰놀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잘 살펴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pp18-19
원인 방향성(causuality orientation)이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적 영향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여기는지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즉 어떤 행동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했다고 여기면 내재적 동기가 강해지는 반면, 누군가 시켜서 했다고 생각하면 내재적 동기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금지’하는 행위가 내재적 동기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시키면 내재적 동기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게임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시험을 보는 게임교육은 게임을 하는 원인의 방향성을 스스로가 아닌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느끼기에, 이제까지 하던 게임이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뒤집어 설명하자면, 게임이 청소년에게 인기가 높은 가장 주된 이유는 교사와 부모의 게임에 대한 반감이 큰 공헌을 했음에 틀림없다. 최소한 이 이론에 의하면 말이다.
--- p99
인간의 고유한 정신기능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자, 적응기제였던 게임이 왜 문제가 되었는가? 그리고 최근의 청소년들은 왜 게임에 몰두하는가? …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현대 사회의 조건들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학교 공부도 부족해서, 학원에 과외로 내몰리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게임 외에 없다. 그리고 취업, 결혼, 자녀 포기라는 N포 세대에게 좌절감을 극복하고 유능성과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창구가 게임일 수도 있음을 고려할 때가 왔다. 이제 게임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게임을 하는 청소년의 심리와 그 청소년의 생활환경에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현재보다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p104
정책, 학술, 언론 등이 양산하는 게임과 청소년에 대한 담론들에서 청소년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어쩌면 이 질문은 게임이 청소년의 정치사회화 과정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분석보다 더욱 시급한 듯하다. 개별적 청소년의 정치사회화가 특정 미디어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들은 이론적 기반뿐 아니라 통계 분석 모델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어쩌면 연구자나 정책 당국자 모두 이와 관련하여 제대로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도 여건도 또는 능력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Stanton, Mar. 9. 2016). 『가디언』의 기사가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는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해 ‘자투리’ 시간과 연구 펀딩에 맞추기 위한 모델과 수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본질적으로 보자면, 더욱 심각하게도, 청소년에 대한 우리의 권위적이며 억압적인 인식이 너무도 강력하여 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문화를 통제하지 않는 다른 어떠한 청소년의 사회화 과정을 상상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 pp200-201
인터넷 시대에 게임은 이전의 게임과 다르다. 혼자 틀어박혀 하는 싱글플레이 게임이 주류이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사귀기 위해서,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 게임을 해왔지만,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미니 홈피 하나 없거나 유행하는 온라인게임 캐릭터 하나 없는 아이는 친구들을 사귈 수가 없다. 모두들 그것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자기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향해 비명을 질러대는 모습을 봐주기는 쉽지 않지만, 아이들은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단지 예전에는 부모의 눈에 띄지 않는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뒷골목에서 그랬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집 자기 방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그 방은 더 이상 공부방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도 되고 놀이터도 되는 것이다. 무조건 게임을 못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 어떤 종류인지, 그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할 때이다. 그것이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 p235
게임 콘텐츠에 대한 양분적인 시각은 가치충돌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 관점에서 이 문제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산업을 강조하는 부처와 게임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부처에서 상이한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에서의 하버마스의 공익론과 상업성의 충돌과 비슷한 형태이다. 결국 국가 정책이라는 것이 사회 규범체계와 규제라는 수단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양자의 견해는 절충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게임중독으로부터 자유롭고 게임이 개인의 여가활동과 오락수단으로 인식되었다면 정책은 게임을 규제하는 영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최소한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닌) 정부의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제약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양자가 추구하는 것은 가치충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p287
‘포켓몬고’의 등장은 디지털게임을 이용하는 장소가 다시 실내에서 야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이는 디지털게임을 신체적으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결과가 단순히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증강현실과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포켓몬이라는 인기 콘텐츠를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모사 욕구가 결합된 현상이다. 따라서 포켓몬 수준으로 이용자들의 모사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콘텐츠가 없는 이상 단순히 동일한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켓몬고’가 보여준 현상은 청소년의 게임 이용 문화를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