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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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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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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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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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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0.4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6.8만자, 약 6.1만 단어, A4 약 168쪽?
ISBN13 9788934977476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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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마당에 좀 이상한 게 있어요.” 소피아가 말했다.
소피아는 창문을 열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마당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소피아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피에르는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는 버릇이 있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소피아가 그토록 자주 창밖을 내다보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날씨가 어떤지 좀 볼까? 소피아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그리고 날씨가 나쁠 때면, 늘 그렇듯 그리스를 생각했다. 어떤 날은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다 보면 어느 결엔가 향수가 피어올라 회한에 젖기도 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정원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피에르,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소피아는 피에르 곁으로 가서 앉았다.
“피에르, 나 좀 봐요.”
피에르는 짜증이 난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 p.7

한 달 전부터 소피아는 3층 창가에 서서 새로 이사 온 이웃들을 매일 관찰했다. 흥미로운 이웃이었다. 뭐 어때, 나쁠 것 없잖아? 비교적 젊은 남자 셋에 여자도, 아이도 없었다. 그저 세 명의 남자뿐이었다. 소피아는 철제문에 이마를 대고 서 있다가 자기 마당의 나무가 너도밤나무라고 가르쳐준 남자를 즉시 알아보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그가 친구 두 명을 데려온 모양이었는데, 그 남자와는 아주 다르게 생긴 친구들이었다. 샌들을 신은 덩치 큰 금발과 정서가 불안해 보이는 회색 양복. 소피아는 이제 세 사람을 제법 잘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 사람을 엿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옳건 옳지 않건, 기분전환이 되는 건 확실했다. 그러는 동안만큼은 안심이 되었고, 적어도 뭔가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소피아는 계속 그들을 관찰했다.
--- p.31

“이건 사실 좀 웃기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누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소피아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신데요?” 마르크가 그녀를 도와주려고 부드럽게 물었다.
“말을 꺼내기가 어렵네요. 더군다나 나는 여러분이 이번 달에 아주 많은 작업을 했다는 것도 잘 알아요. 사실은, 우리 집 마당에 구멍을 하나 파는 일이죠.”
“서부전선에서 기습이라…….” 뤼시앵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당신들한테 사례는 하겠어요. 저…… 세 분한테 3만 프랑 정도 드리겠어요.”
“3만 프랑이라고요? 구멍 하나 파는 데요” 마르크가 중얼거렸다.
“적에 의한 매수공작이군.” 뤼시앵이 입속에서만 우물거렸다.
소피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계속해야 해.
“네, 구멍 하나에 3만 프랑. 그 대신 비밀을 지켜야 해요.”
“하지만, 부인…….” 마르크가 이의를 제기했다.
“를리보, 소피아 를리보예요. 당신네 오른쪽 집에 살아요.”
--- p.41~42

“행방불명이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여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자의 눈에 다시 눈물이 글썽거리더니 뺨을 타고 수줍게 흘러내렸다. 여자는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마 그랬을 테지. 하지만 마르크는 그보다 훨씬 심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여자는 리옹에서 도망치기 위해, 뭔지 알 수 없는 불행이 일어난 그곳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모에게 의지해야만 했을 것이다. 마르크 자신도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의 종착점에 소피아 이모는 없었다.
마르크는 여자 옆에 앉았다. 소피아의 행방불명과 별과 관련된 리옹에서의 약속, 스텔리오스와의 도주 가능성을 설명해줄 만한 적절한 말들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뤼시앵은 마르크 뒤로 가서 천천히, 마르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며시 넥타이를 풀렀다. 알렉상드라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마르크의 이야기를 들었다. 뤼시앵은 넥타이를 자기 목에 다시 매면서 마르크의 말을 누그러뜨리려고 피에르 를리보는 그다지 근사한 남자가 아니더라고 거들었다. 마티아스는 거구를 움직여 벽난로에 장작 몇 채를 더 집어넣고는 방을 가로질러가서 아이의 이불을 끌어올려주었다. 엄마처럼 검은 머리털을 지녔지만, 엄마와는 다르게 곱슬머리를 가진 예쁜 아이였다. 눈썹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잠든 어린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예뻤다. 아침이 되어야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엄마가 머무르기로 해야 그럴 수 있겠지만…….
알렉상드라는 입술을 꼭 다문 채, 화가 난 듯 세차게 고개만 저었다.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아니라니까요. 소피아 이모가 그럴 리 없어요.
--- p.117~118

그날 저녁 르게넥은 침착한 목소리로 수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전날 밤 메종알포르의 후미진 골목길에서 강력한 화재사건이 발생해 소방수들이 출동했다. 소방수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인근 주택으로까지 번진 상태였다. 화재는 새벽 3시에나 완전히 진압되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 대의 자동차 중 한 대에서 새카맣게 그을린 시체 한 구가 발견되었다. 르게넥은 오전 7시 무렵 면도를 하던 중에 이 소식을 들었고, 오후 3시경 사무실
에 있는 피에르 를리보를 찾아갔다. 를리보는 르게넥이 내미는 조그만 현무암 조각을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소피아 시메오니디스가 28년 동안 핸드백이나 주머니 속에 늘 지니고 다녔던 화산암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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