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는 물장난을 멈추고 솔비가 앉아있는 백사장으로 걸어왔다.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솔비의 이상한 말 때문인지.. 녀석은 미간을 잔뜩 지푸리고 서있다. "한세야...나랑 같이 멀리 가자고 하면 갈 수 있겠어? 부모님도 떠나고 집도 떠나고...나 하나만 보고 날 따라올 수 있겠어?" "그게 도대체 뭔 소리야?!" 솔비는 교복치마를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한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나 사실 너한테 고백할거 있어.. 사실.....난? 내일 집으로 돌아가야 해.. 진작 말했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해" "부모님 계신 곳으로 돌아간단 말이야? 부모님이 어디 계신데??그럼 갔다가 다시 오면 되잖아?!" "사실.. 난 천상의 나라에서 왔어..믿을 수 없겠지만,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천상의 나라에서 조그만 사고를 쳐서 그 벌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거야..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다시 천상의 나라로 돌아가야 해.." "뭐라구?......하아.......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야? 갑자기 너 왜 그래? 그런 농담하면 넌 잼있을지 몰라도 난 심장이 벌렁벌렁하다구!! 그러니깐 그만해!! 또 그러면? 나 화낸다!!!" 한세는 솔비의 말을 농담처럼 무시하려는 듯 다시 바다를 향해 등을 돌리려했다. "나랑 같이 가줄래?!!" 돌아서는 한세의 팔을 재빨리 붙잡은 솔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세녀석도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솔비를 돌아보는 두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나랑 같이...천상의 나라로 가 주겠니?" 떨리는 목소리....간절함이 배어있는 눈망울....솔비는 한세의 팔을 두 손으로 꼬옥 쥐고서 애틋하게 녀석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멈춰버린 듯 두 사람은 잠시 미동이 없었다. "너...너.....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