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거예요?” “안 보여?” “뭐가요?” “봐.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 “저번에 강이완이 비행기 안에서 말했었지. 런던에 가면 안개가 낀 새벽 거리를 혼자서 걸어보고 싶다고….” “예?” 잊고 있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날에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기다리던 새벽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실망을 한 나머지 다른 날은 보려 하지도 않았었다. “잘 봐.” 신우 씨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얼마를 걸어갔는지 몇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도 신우 씨의 모습은 간곳없고, 발자국 소리만 들려왔다. 그랬다. 안개가 낀 거리였다. 그것도 새벽의 거리,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 내 앞에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내 목소리 들려?” 안개 안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어때. 강이완이 생각했던 그 이미지가 맞아?” “… 네, 정확하게 맞아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 사람은 도대체 지금까지 내가 한말들을 얼마나 가슴속에 담고 있는 걸까? 얼마나 그 말들을 담고 있기에 조그마한 일에 이렇게도 나를 감동시키는 걸까? 다시 안개 속을 걸어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