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움이 모두 걷히고 나면, 태깅은 정보 관리에 대한 관점을 바닥부터 바꾸게 될 것이다.
- 존 우델
3년전 IAI(Information Architecture Institute) 메일링 리스트에 짧은 질문을 보냈습니다. "여러분들 대부분 아마 펄(Furl), 플리커(Flickr), 딜리셔스(Del.icio.us) 같은 서비스에서 대부분 사용자 정의 라벨 혹은 태그를 이용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걸 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쉽게 분류하는 방법을 뭐라고 부르나요?" 이 질문을 시작으로 태그, 폭소노미처럼 사람들이 만드는 메타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태깅은 정보를 발견하고, 사용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존 우델이 제시한 것처럼 정보에 대한 관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런 변화에 대해 기록합니다. 이 책은 태깅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안내 역할을 합니다. 최대한 실제 벌어지는 사례와 연구를 다루도록 노력했습니다. 철학적인 의미보다도 실용적인 응용사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태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여러분과 여러분이 만들 시스템의 사용자들을 위한 태깅 시스템 설계방법을 다룹니다. 이 책을 읽는 분이 웹 디자이너, 개발자, 정보구조설계자, 사용자경험 개발자, 제품관리자 등 어떤 직종이건 간에 유용한 개념과 사례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은 태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만, 그 외에도 정보구조, 소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디자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치 있는 내용을 접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웹 2.0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라 세간의 관심을 온통 사로잡은 지도 어언 몇 년의 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웹 2.0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러나 '개방, 참여, 공유'라는 키워드가 웹 2.0을 대변하며 회자되던 사실만은 많은 사람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웹 2.0 열풍이 불어 닥치던 당시,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마다 '태그' 기능은 빠지지 않았고, '태그'를 잘 이용하는 서비스가 웹 2.0의 대표 사례로 부각됐을 만큼 '웹 2.0'과 '태그' 기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앞서 언급한 '개방, 참여, 공유'라는 키워드 자체도 태그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전에 컨텐트 제공자가 미리 정의한 위계적인 카테고리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들이 서로 컨텐트를 '공유'하기 위해 각자 태깅을 통해 서비스에 '참여'한다. 그 결과로 마치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메타데이터처럼 동작할 수 있도록 '개방'된 서비스 구조 속에서, 또 한차례 달라진 인터넷의 모습에 감탄하고 더 나은 인터넷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로 웹 2.0을 관통하는 주요 흐름이었다.
웹 2.0이라는 말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면서, 대표 서비스들도 예전 같은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됐다. 야후에서 인수한 플리커, 딜리셔스 같은 대표주자들은 처음 보여준 것 이상의 다음 단계 혁신을 이어가지 못한 채 서비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딜리셔스는 2011년 4월에 유튜브 창업자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새로 창업한 회사로 매각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웹 2.0과 태그는 현재와 미래에 그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 것인가?
여전히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태그를 기본적으로 입력해야 하고, 내가 입력하는 태그와 유사한 태그를 마구 추천해줘서 좀 더 많은 방문자들이 이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이 추천 태그들은 모두 기존에 입력한 태그들로 인해 생성된 것들이기도 하다. 트위터에는 태그를 입력하는 명시적인 입력창은 따로 없지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해시태그라는 쓰임새를 고안해내어, 특정 주제로 자신의 트윗을 노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기능이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는 태그 기능을 활용해 가지를 치고 나온 재미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내가 오픈한 서비스인 '미투데이'도 태그 기능은 처음에 비해 그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에서 읽은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한 줄 블로그 컨셉으로 만든 초기 미투데이에서 태그는 일종의 '분류' 기능을 제공했다. 그러나 점차 일상의 느낌을 나누는 서비스 쪽으로 바뀌다 보니 '태그 입력란'은 좀 더 재미있게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부가 설명을 쓰는 용도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금의 미투데이 '태그'는 미투데이를 쓰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잡았고, 결국 정확한 태그의 사용에서는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미투데이 역시 태그로부터 빚을 진 게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태그와 태깅', 이런 주제로 책이 나오기에 시간이 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한창 뜨거울 때의 인기 거품이 아니라, 한 세대를 풍미한 중요한 요소들이 어떻게 동작하고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숫자로 버전을 매기는 유행어는 조만간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만, 이 요소를 충분히 소화하고 나온 경험으로 능수능란하게 기획을 풀어낸, 한두 걸음 앞선 서비스들이 나오는 데 이 책이 기여하는 바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