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아인투 과학실험교실을 운영하였습니다.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삼삼 시리즈』 기획에 참여하였으며, 『주니어 지식채널 e』 제작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비법 중학과학』을 집필 중이며, 학부모들을 위한 창의성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림 : 박종호
동아 · LG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1997)과 「여섯 번째 손가락 이야기」(2000)로 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80일간의 세계일주』, 『도전 골든벨』, 『초등국어 개념사전』, 『이이화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바로보는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합금 기술로 만든 방짜유기 아빠가 갑자기 묵직한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어. 내일 외국으로 출장을 가시는데 선물로 갖고 갈 것들이래. "무슨 선물이 징과 꽹과리예요? 좀 더 좋은 걸로 하지." "이 방짜유기는 세계 유일의 합금 기술로 만들어진 거란다." 방짜유기는 유기 중에서 가장 질이 좋은 유기야. 구리와 주석을 78 대 22의 비율로 섞고 거푸집에 부어 식힌 다음, 달구어 가면서 두들겨 만든대. 과정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구리와 주석을 78 대 22의 비율로 합금하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기술이래. 보통 합금을 할 때 주석의 양이 10퍼센트가 넘으면 잘 깨지기 때문에 그보다 적게 넣는다고 하거든. 게다가 방짜유기는 독성이 없어서 주로 그릇을 만드는 데 쓰이지만, 징과 꽹과리로 만들면 울림이 아주 일품이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밥그릇, 수저, 대야, 요강, 징과 꽹과리 등 유기를 폭넓게 사용했어.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죄다 빼앗아 가 버렸대. 그러다가 광복 후에 연탄을 쓰면서 연탄가스에 놋그릇이 빨갛게 색이 변하자 유기를 간수하기가 힘들어졌어. 때마침 쓰기 편한 스테인리스 그릇이 들어오면서 유기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지. 그런데 방짜유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어. 대장균 중 가장 강력한 병원성 세균인 O-157균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방짜유기가 이 균을 살균한다는 거야! 그래서 '생명의 그릇'으로 불리게 되었지. 우리 조상들이 남긴 그릇 속에 이런 과학이 숨어 있었다니, 새삼 놀랍지? --- pp.12~13
알루미늄이 이길까, 철이 이길까? 철은 매년 약 20퍼센트가 녹이 슬어 버려진다고 해. 그래서 알루미늄이 철에게 맨 먼저 도전장을 낸 곳이 있어. 어디냐고? 바로 물과 습기가 많은 부엌이야. 녹이 안 스는 알루미늄은 철을 따돌리고 세계 주방 기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어. 게다가 적은 열로도 음식물을 조리할 수 있고, 열을 쉽게 빼앗기지 않아서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지. 그런데 알루미늄이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곳은 바로 하늘 위야. 비행기의 소재로 말이야.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가벼운 소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나무로 만들었어.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을 때, 알루미늄은 비행기 엔진에만 쓰였지. 하지만 알루미늄에 구리와 마그네슘을 섞어 만든 '두랄루민'이 개발되자, 알루미늄은 비행기의 주요 소재로 쓰이기 시작했어. 두랄루민은 가벼우면서도 아주 단단해서 오랫동안 비행기의 소재로 사랑받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