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몇 편의 소설을 써왔습니다만 '하기'라는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여성입니다.

다른 때는, 소설을 마치면 워드프로세서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얼른 디스켓을 정리해버리곤 했지만 이번에는 하기와 헤어지기 아쉬워서 끝이라는 문자를 좀처럼 입력할 수가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언제까지고 곁에 두고 싶은 인물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지요.

저는 요즘 당당한 여자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당당함이야말로 여성스러움이라는 말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당당함 속에는 강함뿐 아니라 부드러움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의지도 연약함도 모두 함축되어 있습니다. 눈물도 웃음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여성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저 여자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마음이 놓인단 말야" 말을 듣는 것 역시 슬픈 일이기에 때로는 연약함도……. 이것은 밸런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언밸런스를 매력으로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가 이런 말을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저는 하기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다음 작품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초면의 인물과 마주앉아 서로를 살피고 있는 중입니다. 하기 이상으로 애착이 가는 인물일까? 이러한 기대를 하는 것은 저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럼 그 주인공을 통해서 당신과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며…….

<b>바보 같은 삶은 아무나 사는 게 아니야.<br/>유이카와 케이가 들려주는 색다른 삶의 방식!!</b><br/><br/>방송국 프로듀서가 ‘드라마화하기에 적당한 작품이 없을까’라고 말하기에 히로오의 서점에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발견한 것이 유이카와 케이의 『10년 OL이었습니다』라는 책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었기에 드라마화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다 읽은 뒤에는 기쁨을 느꼈다. 각본가가 된 직후였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내게 괜찮아,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는 듯한, 읽고 나면 힘이 솟아나는, 그런 수필이었다. <br/>그리고 얼마 뒤, 미니시리즈를 집필하게 된 나는 어느 날 모교인 기누가오카 고교로부터 강연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강연이라니, 그런 엄청난 일을……. 거절하려고 생각했지만 마침 어머니가 병으로 몸져누으셔서 이것도 효도의 한 가지겠지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강연이라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서 각본가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러 모교가 있는 가나자와로 향했다. 그때 교감 선생님이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 소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유이카와 케이였다. <br/><br/>나는 고향에 특별히 애착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촌구석에서 얼른 벗어나서 동경에 가고 싶다’라며 뛰쳐나간 경우였다. ‘고향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 것은 별반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단지 거기에는 내가 있을 뿐이다. 무엇인가 되고 싶어서, 하지만 그것이 뭔지 모르는 채로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몸부림을 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가 있을 뿐이다. 유이카와 케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br/><br/>그 당시 우리가 지냈던 이곳은 어디에라도 있을 법한 아주 평범한 고등학교였다. 인문계이기는 했지만 아주 뛰어나게 좋은 학교라고는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닌, 지금 그 특징을 찾아내려고 생각해봐도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평범한 학교였다. 정말 평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곳이었다. <br/><br/>졸업을 하면 4년제 대학이나 단기 대학을 나와서 이곳 회사에 취직을 한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은 모두 일찌감치 그렇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그림을 희미하게나마 그리고 있었다. 나는 한 곳에 고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졸업한 후에도 단체에 소속돼서 생활하기는 싫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는 동경으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주위 어른들은 단기 대학 입학이나 취직을 권했고, 그것이 평범하지만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바보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br/>그래, 유이카와가 그린 ‘하기’처럼 살아보는 거야.<br/><br/>유이카와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 모든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유이카와가 그려낸 세상은 아무런 거부감없이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친숙한 스토리 전개와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현실감 넘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기 때문일까? 그것을 연애소설이라는 한 마디 말로 표현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이카와는 연애를 그리는 척하면서 주인공의 삶의 한 장면을 썩둑 잘라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하기의 삶의 모습을.<br/><br/>그녀는 ‘요우지’와 ‘이즈미’와 자신의 미묘하면서도 섬약한 삼각관계에서 스스로가 몸을 뺀다.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떠나가주겠어. 그것이 요우지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다정함이라고 말하며. 나는 요우지와 하기가 섹스를 하면서 자주 웃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아～, 이 두 사람은 잘 맞는 상대구나. 정말 행복할 거야. 나도 이런 연애를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기에게는 요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녀는 떠날 것을 결심했을까?<br/><br/>이즈미와 요우지는 하기가 떠났다고 해서, 이거 잘됐군, 이라며 사귈 사람들이 아니다. 하기에게는 좀더 시간을 두고 요우지와 깊이있는 이야기를 하길 바랐고, 이즈미와도 다시 한 번 마주하기를 바랐다. 연애라는 부분만 놓고 본다면 하기를 책망하고 싶어진다. 너무 슬프기 때문이다.<br/> <br/>하지만 가장 내 마음에 들고, 가장 좋아하는 신은 하기가 요우지에게 이별을 고하고 깨끗하게 등을 돌리는 장면이다. 뒤돌아보면 간신히 한 결심이 무너져내릴 것 같아서, ‘눈물아, 흐르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며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요우지 앞에서 사라진다. 나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 하기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요우지도 틀림없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떠나가는 등 너머로 하기가 눈물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아주 애달픈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하기의 굳은 결심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요우지는 하기를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배신을 당했고 누구와 누가 연결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기가 어떤 사람들과 만났고 어떤 식으로 변해왔나 하는 것을 작품은 그리고 있는 것이다. <br/><br/>유이카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단기 대학을 나와서 고향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그 당시 나의 친구였던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 유이카와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0년 간의 OL 생활을 거친 후 드디어 유이카와는 소설에의 길에 몸을 담았다. 나는 그저 젊은 혈기에 몸을 맡겨 무모하게 동경으로 나와버렸지만 유이카와는 한 곳에 정착하는 것에서 오는 안정감과 다음 장소를 찾은 데서 오는 기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장소로 떠날 때 필요한 용기와 그에 수반되는 두려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br/><br/>그러기에 하기라는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울고 싶을 때 울지 않는 애달픔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함. 이즈미와의 재회, 요우지와의 만남과 이별을 순수하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드러움. 현명하게 살아간다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야,라며 바보 같은 삶을 선택한 하기를 나는 응원하고 싶다. 행복한 결말은 사랑의 성취에서가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