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쌔뮤얼 랭혼 클렌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이며, 핼리 혜성이 나타나던 해인 1835년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생전에 자신이 76년을 주기로 하는 핼리 혜성이 다시 오는 해에 죽으리라고 예언했던 대로, 혜성이 다시 나타난 1910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크 트웨인` 하면 우선 "톰 쏘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개구쟁이 소년들의 모험담을 쓴 아동 문학가나 일급의 해학가로 알려져 있으나, 후에 헤밍웨이가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나왔다"고 평가할 만큼 문자 그대로 미국 문학의 원조이자 세계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밖에 마치지 못했지만, 예일대학이나 옥스포드대학 등 많은 명문 대학에서 그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강연가, 여행가로 활동했다. 마크 트웨인이 네 살 되던 해에 그의 가족은 미씨시피 강변의 마을 하니발로 이사를 했는데, 이 곳은 "톰 쏘여의 모험"을 비롯하여 작가 자신의 유년 시절 꿈과 추억을 소재로 한 몇몇 작품의 배경이 된다. 열두 살 되던 해 부친이 사망하자, 그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식료품점 점원, 배달부 등을 하다가 인쇄소 식자공이 되었다. 그의 작가 수업은 교실 속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22세 때 우연히 미씨시피 강의 증기선 파일럿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파일럿이 되어 4년 동안 미씨시피 강의 생활을 배우게 된다. 증기선 선원들이 닻을 내리며 깊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크 트웨인!"(`두 패덤(1.8m) 깊이`라는 뜻) 하고 외친 말은 결국 그의 필명이 되었고, 장관을 이루며 유유히 흐르는 미씨시피 강 주변의 자연과 그 곳에서 만난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 그리고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은 그가 19세기 미국 사실주의의 거장이 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1876년 트웨인이 41세 되던 해에 출판된 "톰 쏘여의 모험"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자서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지리적 배경인 쎄인트 피터즈버그는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미씨시피 강가의 숲 속 작은 시골 마을 하니발이고, 작가 자신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톰이나 헉, 조우 하퍼, 짐 같은 인물들은 어린 시절 친구들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 톰의 `모험담`이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사는 악동 톰이 우연히 살인을 목격한 이야기, 친구 헉과 함께 보물을 찾는 이야기, 여자친구 베키 새처와의 사랑 이야기 등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줄거리와는 상관 없이, 톰이 친구들을 시켜 담장을 칠하는 장면이나 공동 묘지 장면, 잭슨 섬에서의 해적 놀이, 가출했다 자신들의 장례식에 걸어 들어오는 장면 등은 미국 문학사에서도 유명한 에피쏘드들이다. 책 전체에서 트웨인은 당시 184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의 일상사와 관습, 그리고 그 곳 사람들을 생생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학교와 교회가 있고, 사람들은 일요일에 예배를 보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강에서 헤엄을 치고 함께 소풍을 간다. 폴리 이모 같이 마음씨 좋은 이웃들, 목사님, 판사님, 선생님이 사는가 하면, 주정뱅이, 살인범 들도 있다. 즉 쎄인트 피터즈버그는 인간 세계의 모든 현상과 경험을 압축해서 담고 있는 소우주이고, 그 속에 인간사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숨쉬고 있다. 자칫 이 책을 어린이 독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트웨인 스스로 이 책은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한번 회고해 보게끔 하는 데도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장난을 하고, 모험을 하고, 해적 놀이를 하고, 풋사랑을 하는 경험들은 비단 작가의 어린 시절이나 미국의 작은 마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 어떤 독자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어린 시절의 꿈과 환상을 기억하게 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경이로움과 신기함이 가득찬 세계에 살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세계는 점점 퇴색해 간다. 어린 시절에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의 장난, 써커스, 예쁜 공깃돌, 싸움 잘하는 진드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과 사랑이다. 반면에 어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 명성, 체면, 격식에만 치우치는 종교, 그리고 추상적인 껍데기 가치관 같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트웨인은 톰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며, 어른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진정한 꿈과 동경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톰 쏘여의 모험"은 천진난만한 악동들의 모험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고 재미있지만, 해학과 기지 뒤에 숨어 있는 뾰족한 풍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자기 중심적이고 편협하고 위선적인 인간성을 풍자하고, 교사, 목사, 법관, 탐정 등 각양 각색의 직업을 통해 당시의 미국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톰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아름다운 무인도에서 해적 놀이를 하고, 로빈 훗의 세계를 흉내내고, 어디엔가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꿈꾸는 환상의 유년 시절은 낭만적이고 행복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온갖 철없는 장난으로 폴리 이모의 속을 썩이는 장난꾸러기지만, 톰은 무고한 죄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베키를 돌보며 올곧은 도덕성과 용기, 사랑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한다. 또한 책 마지막에서, 가출한 헉을 찾아 짐짓 어른스러운 말투로 헉이 다시 더글러스 부인 집으로 돌아오기를 종용하는 모습을 보면, 톰은 점차 자신의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톰 외에 잊지 못할 인물이 있다면 바로 헉이다. 톰과 헉은 죽마 고우이자 어른들의 `박해`에 함께 대항하는 동료이지만, 톰이 잘 꾸며지고 정돈된 정원에서 자라는 화초라며 헉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잡초이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담배를 피우고 아무 데서나 잠을 청하는 영원한 자유인인 헉은 마크 트웨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1885년에는 "톰 쏘여의 모험"의 속편이자 불후의 명작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출판되어 톰과 헉은 미국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두 소년이 되었다.
--- 옮긴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