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상실한 현대인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성찰과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동규 교수 서평
“한마디로 말해 재미가 없다. 가족들이 모여 앉은 식사 테이블에서도,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군대 같은 사무실에서도 재미는 이미 가출한 지 오래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의 핵심은 ‘잘하는 것 계속하기’였다. 남보다 못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과 남보다 잘하는 것을 계속하는 사람과의 결과는 뻔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보다 잘하는 분야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그 핵심적인 요소는 그 일을 할 때 과연 삶의 참맛인 ‘재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재미가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잘하는 것을 행할 때 비로소 신명이 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과의 만남.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이며,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즐거운 가정, 재미있는 일터,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가족 구성원 3인(아빠, 엄마, 아이)의 관점에서 그 철학적 원리와 사회적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사회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반(反) 재미적 실체에 대한 입체적 조명을 통해 그 원인에 대한 심층적 반성과 해독의 처방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헛똑똑 부모들이 벌인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바로 자식들에게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확실히 놀아라”라고 가리킨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공부와 놀이를 정반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놀이수학에 빠졌던 아이들조차 어느 샌가 재미와 즐거움이 거세된 채 공부에 떠밀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공부는 지겨운 것이 되고 노는 것은 즐거운 것이 된다. 자연과 인생을 배우고 익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기꺼이 즐겁게 행하게 하는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공부는 노는 것이다. 화엄경의 사상대로 공부와 놀이가 둘이 아니요, 일과 재미가 둘이 아니다.
이제 바야흐로 상상력과 창조성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창조의 출발점은 재미라는 사실이다. 원래 호기심은 재미로 촉발되어지며 이는 창조성(creativity)으로 이어진다. 창조성(creativity)은 상상력을 통해 구체화되며 그것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재미는 잠겨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이자, 세상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이 책에서 날카롭게 제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테마는 우리 사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며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은 다른 것이며, 이 세상에서 다양한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 우리가 바라는 선진화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조직에서 자주 들리는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 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들은 그 싹을 밑동부터 자르는 일종의 폭력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곳에서 재미가 자랄 수 없으며, 재미가 사라진 곳에서 창조는커녕 생산성이 오를리 없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러한 생생한 증거를 수없이 구할 수 있다.
결국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할 때 즐거운 직장이 이루어지며,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머리도 돌고 창의성도 나오는 법이다. 우리에게 있어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이러한 원리는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인식의 질적 대중화를 통해 이제 우리 사회도 강제로 헤어진 일과 재미를 재혼시켜야 하며, 저자가 지적한 한국인만의 획일성의 함정과 고통의 우상숭배를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지(知)·호(好)·락(樂).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한테는, 그 누구도 당해낼 수가 없다. 그런 즐김의 단계에 이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내면의 재미와 열정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재미는 일과 취미와 삶을 한데 버무려 융합해준다. 이것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의 궁극적 효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