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저 멀리 제주 땅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살이던 2004년에 대입 재수를 위해 서울로 왔고, 2005년 경희대에 입학한 이후 줄곧 서울 땅 이곳저곳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종로의 감수성을 좋아한다. 추운 날이 아니라면, 인사동과 삼청동을 지나 가회동에 이르는 북촌 일대를 걸어 다니며 스스로의 역사·문화적 상상력을 시험해보기를 즐긴다. 대학 시절의 가장 큰 ‘피해’는 총학생회 선거 낙선 이후 떠안았던 500여만 원의 빚이었다(가진 돈도 없이 ‘미친 자신감’으로 인쇄소에 외상을 했기에 몇 개월간 독촉전화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Rock 밴드, 축제공연, 학생회, 봉사단, 선거까지 대학 시절에 하고 싶은 것은 다해봤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피해’를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매우) 애쓰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며칠 후, 드디어 파란만장했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는다. 2011년 3월부터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대중문화와 영상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할 예정이다. 현재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컬트웬티(Cultwenty)라는 이름의 잡지 창간을 준비 중이고, 그 일환으로 20대 문화 현상과 그 이면을 파헤치는 책을 공동으로 집필 중이다. 이후 이 이야기들을 갖고 스마트폰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자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통찰력을 가진 커뮤니케이션학자와 감수성 있는 인문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금 가진 인생의 목표다.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와 역사를 만나 어떻게 화학작용 하는지를 풀어내는 학자이자 시민으로 살고자 한다. 혼자만 열심히 활동하는 블로그 ‘레비처럼’(http://blog.naver.com/wakefly17)을 운영 중이다. 저자에 대한 ‘은밀한’ 궁금증을 원하는 이들은 wakefly17@naver.com로.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 혹은 타블로를 만들려는 이 흐름에 매개되는 관념은 누군가에 대한 공포와 연계되었지만 절대 버리고 싶지 않은 그럴듯한 공적 의분과 정의감이다. 여기서 우리는 악의감이 폭력을 낳는 것이 아니라, 정의감이 폭력을 낳았다는 인간 사회의 아이러니를(하지만 역사적으로 수없이 발견되어왔던 엄연한 팩트fact를)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의 정의감은 많은 경우 휴머니즘의 확대에 기여 하지만, 때때로 그것은 폭력의 가장 날카로운 도구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p.30 「Frame 1. 알리바이 - 타블로, 마리 앙투아네트 만들기」 중
최철원이 ‘파이트머니’랍시고 던졌던 그 돈이 노동자에게는 당장 하루의 위기를 막아줄 절실한 돈이 된다. 당장 내일 있을 돈의 폭력에서 방어막을 쳐줄 수 있는 가장 절실한 도구가 된다. 심지어 사건의 배경에는 최철원이 특정 회사를 인수하며 고용 승계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한 항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노동자에게 항의는 결국 자신의 밥줄이 끊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다. 요컨대 그는 절박했다.---p.47「Frame 2. 폭력 - 수표 깡패 최철원」 중
그래서일까, 존박의 승리와 달리 허각의 승리는 ‘인간 승리’라는 칭호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인간 승리’라 불리어지는 까닭은 그것이 신데렐라 콘테스트라는 ‘리얼리티 판타지’를 만든 현실의 사회에서는 쉽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CJ라는 거대 미디어 자본을 등에 업고, 코카콜라와 같은 대형 자본의 스폰서를 받아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신데렐라가 탄생할 콘테스트가 마련된다.---p.81「Frame 3. 거짓말 - 허각」 중
마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만 같다고 우리 국민들만 착각하던 G20 회의도 결국 우리의 콤플렉스를 스스로 내보인 꼴만 된 게 아닐까. 더군다나, 그게 콤플렉스의 표출이라고 그렇게 ‘애국심’을 갖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의사결정권을 가진 집단의 대표가 그걸 완전히 무시하고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면 이 얼마나 ‘뻘짓’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 집단의 대표께서 외국에 가서는 거기 사는 교민들에게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리.”고 열심히 외치고 계시니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상황인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p.94「Frame 4. 콤플렉스 - 나 G20 개최하는 대통령이야」 중
하지만 여성 박근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수혈 속에서 보수정당의 여성 정치인으로 살아남는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강한 남성의 수사(레토릭)로 보수정당의 여성 정치인으로 살아남았다면, 박근혜는 철저하게 아버지를 향한 대중의 의식을 환기시켜가며 살아남았다. 2012년 대선을 향해 ‘복지국가’라는 포석을 내세우면서 “아버지의 최종 목표는 복지국가”였다고 굳이 말하는 것을 보라.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를 상징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야말로 ‘룸’에 가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의 ‘여성성’을 가장 크게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p.140「Frame 5. 정치 - 안상수가 알려준 박근혜의 약점」
중국의 패권주의는 ‘중화민족’이라는 상상의 용광로가 건설될 때 이미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티베트와 같은 점령한 독립 국가를 통해 끊임없이 ‘하드파워’를 과시하고, 북한 및 아프리카의 다양한 나라들과 같은 점령하지 않은 독립국가에 경제적, 정치적 원조를 해줌으로써 ‘소프트파워’마저 점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