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일본 업체 (주)리브레 및 (주)월드피스시스템즈에서 근무하였고, 현재 통역?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레몬-가지이 모토지로 전집(상)』『나와 그 녀석의 개그대결』『영어로 즐겁게 트위터』『행복한 골판지 소품 만들기』등 다수가 있다.
레몬 하나 사서 가지고 노는 남자가 있네 전차 안에서는 망토 위에 길을 갈 때는 수건 사이에 레몬을 보면서 향기를 맡으면 마음속은 기쁨으로 가득 차네 슬프게도 벗은 떠나가고 홀로, 그저 홀로 서 있는 마루젠(丸善)의 양서 책장 앞 세잔은 없고 렘브란트도 가 버리고 마티스는 마음을 즐겁게 하지 않네 홀로, 그저 홀로 마음속에 떠오른 즐거움 살며시 레몬을 찾아 색깔에 맞춰 책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레몬을 올려 보네 홀로, 그저 홀로 몇 발자국 떨어져서 그것을 바라보네, 아름다워라 마루젠의 먼지 속에 맑게 퍼지는 레몬 하나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집어 드네. 냉기는 뜨거운 손에 기분 좋게 퍼지고 향기는 아픈 가슴속에 스며드네 이상한 일이로다, 마루젠 책장에 맑은 레몬 음모를 품고 그 앞을 떠나네 미소를 지으면서 레몬은 쳐다보지도 않고 ―「시(時) 두 편」 중에서
그건 그렇고, 내가 어떤 말을 하면 그 말이 짐승의 소리처럼 울리지는 않을까. 귀머거리가 미친 듯 악기를 두들기고 있는 것처럼 밖에 있는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게 아닐까. 내 주변에 자욱하게 깔린 마법의 저주를 털어 버리기 위해 내가 밖으로 내뱉은 말은, “악마야, 물러가라!”가 아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내 이름이었다. “세야마!” 나는 내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마치 한밤중에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비춰 보았을 때의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 목소리 자체보다도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느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덮어 버리듯 다시 “세아마!”라고 말했다. 내 목소리는 조금 높은 푸가(fuga)처럼 맨 처음 목소리를 쫓아갔다. 그 목소리는 행등(行燈)처럼 일 미터도 채 못 가서 희미해지고 말았다. 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이런 느낌이 있었나 하고 그 뒷맛을 마음속 깊이 느껴 보았다.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나는 여러 목소리로 불러 보았다. 하지만 이 얼마나 기이한 변곡(變曲)이란 말인가. 하나는 원망하듯, 하나는 나무라듯, 하나는 비웃듯, 하나하나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하나 기억 속의 장면을 되살리는 듯하다. 이 얼마나 기묘한 변곡인가!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이번에는 안쓰러워하듯이. 조금 전 제1의 나와 제2의 나는 다시 내 안에서 분열되었다. 제1의 내가 호소하면서 안쓰러워하는 듯한 목소리에 제2의 나는 느닷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머금었다. “세야마!” 제1의 내 목소리도 울먹이고 있었다. “세야마” ……… 그리고 제1의 나는 제2의 나와 아주 강하게 포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