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의 말-나는 기도를 단지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 가지수록 기도는 '들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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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을 하고 경전을 읽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예수님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내 자신이 놀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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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1964년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나의 생이 있었으리라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전생이라는 용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나의 삶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고 1964년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느낌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열두 살 때였던가, 동생 그레고리와 야구를 하다 집에 돌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툭 던진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태어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세상에 살와왔다는 느낌이 들어. 너는 그렇지 않니?'
그 때 동생은 마치 별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는 듯 꿈벅꿈벅 눈동자만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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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란 물론 행위가 없음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무위도식 하거나 빈둥거린다는 뜻이 아니다. 무위란 보통 인간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위, 자기중심적인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 일체의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 자발적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동, 그래서 행동이라 이름할 수도 없는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의 위 즉, 함이 없는 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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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가까이서 보는 큰스님의 얼굴. 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그런 피부는 처음 보았다. 도저히 63세 노인의 얼굴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입술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간 게 완전히 부처님 얼굴이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세계 곳곳을 여행했고 수많은 사람을 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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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오직 진리를 찾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성당과 교회를 오갔다. 대학에 입학 하면서부터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니체, 하이데거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과 생애를 공부했다. 아예 독일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1년 동안 독일어를 배우면서 쇼펜하우어를 탐독하기도 했다.
뉴욕과 파리의 카페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논쟁하고 고민했던 그 숱한 나날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대한 음악가인 베토벤과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오직 마음 한가운데는 음표로 표현한 그들의 진리 추구를 향한 열정과 감동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궁극적인 나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늘 밤길을 혼자 걷는 나그네처럼 외로웠고 힘들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신념처럼 껴안고 살아온 날들. 그렇다면 진리는 무엇인가. 과연 있기나 하는 건가.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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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은 이처럼 모순과 의문의 연속이었다. 교과서와 다른 현실, 여기에 최고의 지성이라는 교수님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의 괴리는 열정과 이상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하나의 거대한 모순덩어리였다.
철학, 문학 수업을 들을 때면 교실에서 수많은 아름다운 말들에 둘러싸여 마치 진리라는 섬을 향해 마음껏 질주하는 항해사들처럼 들떠 있었지만 학교만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높은 담장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말의 성찬을 떠벌리고 있을 때 뉴헤이븐 슬럼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퀭한 눈으로 휴지통을 뒤지고 있었다.
교수님들은 한결같이 진리를 설파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수업시간마다 정의, 올바른 삶, 자비, 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면 그들의 고민이란 누가 다음 총장이 될 것인지, 교과목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하는 것들이 전부였다 그들이 진리를 설파하는 그 순간에도 바로 학교 담너머 이웃들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생활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교수님들은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멋진 차를 타고 도시를 서둘러 벗어났다. 정부 관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하나같이 내로라 하는 대학을 나왔으며 전직 교수이기도 했던 그들이 펴는 정책이란 또 무엇인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교수나 정부 관료들의 삶이 비도덕적이라거나 나쁘다고 하는 가치판단을 넘어 결국 내가 교실에서 그들에게 배우는 지식이란 것이 뭔가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회의에 시달렸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철학을 공부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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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은 한결같이 진리를 설파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수업시간마다 정의, 올바른 삶, 자비, 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면 그들의 고민이란 누가 다음 총장이 될 것인지, 교과목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하는 것들이 전부였다 그들이 진리를 설파하는 그 순간에도 바로 학교 담너머 이웃들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생활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교수님들은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멋진 차를 타고 도시를 서둘러 벗어났다. 정부 관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하나같이 내로라 하는 대학을 나왔으며 전직 교수이기도 했던 그들이 펴는 정책이란 또 무엇인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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