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나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섰다. ‘한 시간의 독서로 시들어지지 않는 슬픔은 없다.’라는 몽테스키외의 말을 격언으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어하는 독서 애호가.
“논리의 사슬을 꿰는 것은 길어 보이지만, 연결 고리 하나하나는 사실로 연결된다네. 이 사건 덕분에 나는 잠깐이나마 권태를 잊을 수 있었지.” 홈즈는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벌써 다시 권태가 몰려오고 있는 듯하군. 내 생활은 진부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지치지 않는 몸부림이야. 그래서 〈빨간 머리 연맹〉 사건처럼 작지만 신기한 문제들이 나한테는 큰 즐거움이 되지.” “자네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은인이야. 이 사건만 해도 은행을 하나 구했지 않은가.”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글쎄, 약간 도움이 되긴 했을 거야.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업적이 전부다.’라는 말도 있으니까. 이 말은 구스타프 플로베르가 조르주 상드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라네.” --- 〈빨간 머리 연맹〉 중에서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태양은 눈이 부셔 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났고 하늘에는 흰색 양털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가로수와 길가의 나무들에서는 연둣빛 새싹이 움트고 있어 생기를 더했고, 대기는 상쾌한 흙냄새로 가득했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무서운 사건과 대지에 가득 찬 봄기운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 〈얼룩 끈의 비밀〉 중에서
범죄는 흔한 것이지만 그에 따른 논리를 추론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은 드물거든.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범죄보다는 논리 자체를 조명해야 한다네. --- 〈너도밤나무 집〉 중에서
“신사 여러분, 그 유명한 보르지아의 흑진주를 여기 소개합니다.” 홈즈가 소리 높여 외쳤다. 레스트레이드와 나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볼 때처럼 충동적으로 크게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홈즈의 창백한 볼은 달아올랐고, 그는 관객의 박수를 받는 대극작가인 것처럼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그가 찬탄과 갈채에 대한 인간적인 애호를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중적인 평판에는 언제나 오만하게 등을 돌리는 자존심 강하고 내향적인 기질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구들의 감탄과 칭찬 앞에서는 감동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