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쉽습니다. 얇고, 가볍고 재미있어요.
유서영 (외서 담당)
2009-05-20
책도 잘 안 읽는데 어떻게 원서를 읽어!
올해 초 부터 외서 분야의 부담당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서점 직원에게 '책 많이 읽으세요?'라는 질문처럼 부담스러운 질문이 없습니다. 더욱이 영어로 된 책이라니요! 대학 졸업과 함께 원서도 졸업한지 어언 몇 해인지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쉽습니다. 얇고, 가볍고 재미있어요.
중학교 수업 열심히 들은 어른이나, 영어 좀 하는 초등학생 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문장의 앞뒤를 유추하며 읽다보면, 단어의 뜻을 일일히 찾지 않아도 되고요.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이용한 언어유희(pun) 에 웃다보면, 영어책을 읽으면서 웃다니! 하는 감동도 밀려옵니다. 얇다고 얕보지 마세요! 서사가 확실한, 어엿한 하나의 이야기이니까요.
어른들의 조금은 귀엽고, 또 재치가 넘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퍼 씨는 은퇴를 하고 발코니에 식물들을 가득 키우며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랫집 이웃인 실버 여사를 사모하고 있지요. 하지만 소심한 하퍼 씨는 그저 아침, 저녁 발코니 아래로 인사를 건넬 뿐, 더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합니다. 그녀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몇 년째 함께 하고 있는 유일한 식구, 작은 거북이 앨피에게만 관심을 쏟을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실버 여사는 앨피가 왜 크게 자라지 않을까하고 하퍼 씨에게 걱정을 털어놓지요. 그래서 하퍼 씨는 이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만나 보세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분들은 말도 안돼! 라고 외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사실은 실버 여사도 하퍼 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차마 밝힐 수 없는 누군가는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화다운 결말 덕에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요새 이상하게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기분이 듭니다. 은퇴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일상은 무료하고, 시간은 휙휙 가는 것일까요. 하퍼 씨 처럼 취미를 갖거나, 간절한 소망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면, 하루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좀 더 두꺼운 로알드 달을 만날 수 있는 주문입니다.
ESIO TROT, ESIO TROT,
EHT KOOB FO DLAOR LHAD,
WORG PU, FFUP PU, TOOHS PU!
GNIRPS PU, WOLB PU, LLEWS PU!
이 주문을 들은 누군가가 외치는 것 같은데요.
Oh, There's an awful lot of poos i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