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문학을 공부하다가, 어느 날 문득 판소리에 푹 빠졌습니다. 2005년 KBS ‘흥겨운 한마당’에서 주최하는 ‘제1회 귀명창대회’에서 장원상을 받은 뒤 ‘나라음악큰잔치’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판소리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판소리 소리판》은 판소리 사랑의 결실이며 제6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의 영예를 안겨준 소중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전통과 역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생각에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판소리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춘향가〉가 태어난 과정을 이야기로 따라가다 보면 판소리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얼굴은 못생겼으나 마음씨 곱고 재주가 좋은 춘향은 남원 고을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이 익어갈 무렵 임기를 마친 아버지를 따라 이몽룡은 한양으로 가야 했다. 둘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이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떠난 이몽룡은 까맣게 춘향을 잊고 말았다. 그것도 모르고 춘향은 이몽룡이 다시 올 것을 굳게 믿었다. 세월이 흐르며 춘향의 마음은 그리움에서 한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결국 큰 병에 걸린 춘향은 이몽룡을 원망하다 저세상으로 떠나고 만다. 그 뒤부터 남원 고을은 흉년이 들고, 재앙이 이어져 인심은 나빠지고 굶어죽는 사람까지 수없이 늘어나고 만다.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춘향의 원혼 때문이라 여기고 무당을 불러 춘향의 원혼을 달래주는 씻김굿을 벌였다. 그랬더니 희한하게도 재앙이 사라지고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