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거나 꿈꾸거나,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번쯤 들르고 싶은 그곳
가슴이 먼저 기억하는 시골마을은 그래서 왠지 일요일 같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골마을은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그리움을 자극하고, 아련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바람과 하늘이 친구처럼 맞닿아 있고, 소박한 미소로 이방인을 반겨주는 사람들과 카페마다, 교회마다 숨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세계시골마을 서른여덟 곳 소개에 나선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발자국을 남긴 천여 곳의 시골마을 중 엄선하여 담아냈다.
대도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 거주했던 뉴요커와 파리지앵도 작은 마을이나 프로방스 지방의 시골을 그리워한다. 국가, 언어, 피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은 왜 아무런 관련 없는 시골을 고향처럼 생각할까? 정확한 답을 추정할 순 없지만 아마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눈인사와 미소로 이방인을 반기고 배려하는 사람들 때문 아닐까. 그리고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란 의식 때문일지 모른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마지막 지상 낙원 미얀마 인레 호수, 니체의 흔적과 겨울스포츠가 공존하는 스위스의 생모리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지상 최대 헌책방 영국 헤이온와이, 블루와 화이트의 조화가 아름다운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 소박한 어촌 쿠바의 코히마르, 천사들이 살고 있는 모리셔스 일로세르, 신과 인간의 위대한 공생을 확인할 수 있는 탄자니아 응고롱고로까지.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대도시에 묻혀 역사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부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삼대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수상가옥, 배낭을 둘러매고 길을 걷는 이방인에게 수줍은 미소로 물을 건너는 아낙이 거주하는 산촌까지. 사람 냄새 진동하는 꿈의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이 책 한 권 그리고 바람과 하늘을 벗삼아 천천히 걸어보길 바란다.
일본 나오시마부터 이집트 멤피스까지
사람 냄새 진동하는 꿈의 마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4년 동안 130여 개국 2500곳이 넘는 도시와 시골을 둘러보았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 마을, 문화 마을, 전통 마을의 각 주제에 따라 시골마을을 가만히 일러주고자 한다. 어떤 이는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위해 어떤 사람은 보다 넓은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시골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세우기보다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카페마다, 산자락마다의 사연을 듣는 데 집중한다.
과거에 대한 애착이 빚어낸 지상 최대의 미술관 호주 세필드로 시작한 예술 마을에서는 니체의 흔적을 더듬어보고,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카페드나트도 방문해 볼 수 있다. 괴테가 사랑했던 라인 강의 숨은 보석 독일의 뤼데스하임, 북구의 긴 태양이 비추는 그리그 음악의 산실 노르웨이 홉까지 창작의 혼을 불태운 예술가들의 채취를 느껴보자.
또 시간 여행자들을 매혹하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행복의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이 가득한 인도의 카주라호, 하얀 석회 기둥을 보며 로마 황제로 변신하는 시간을 선사하는 터키의 파묵칼레까지 치열한 삶의 흔적과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문화 마을에서의 시간도 놓치지 말자.
마지막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아날로그 성지 이탈리아의 오르비에토,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태초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 폴리네시아 팔라우까지. 옛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빛나는 전통 마을에서의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지친 마음이 한번쯤 쉬어가는 그곳에서 위로와 희망의 또다른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거장의 향기에 한껏 취해도 보고,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소년과도 마주해보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동유럽 마을에서 여유로운 정취를 만끽해보며 우리는 시골마을의 진정한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방인에게 어김없이 찬물 가득한 컵과 함께 미소를 건네는 그들을 보며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테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 못하지만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들. 그들이야말로 희망이요, 행복의 얼굴일 것이다.
마을의 숨결은 온전히 그곳 사람들의 노력과 땀, 열정으로 빚어진 산물이다. 신비한 유적지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주민들의 몫이요, 천년을 뛰어넘는 중세시대로의 고즈넉한 산책으로 인도하는 것도 그들의 열정이다.
그렇기에 시골마을은 그 어떤 곳보다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하다. 아직도 말과 마차를 이용해 경작하는 농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선사한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이웃을 배려하는 그들의 삶은 그래서 어떤 보물보다 아름답다.
지친 어깨를 이끌고 그곳으로 들어서면 왠지 가만히 토닥토닥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시골마을. 그래서 그곳을 향한 그리움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가보거나 꿈꾸거나, 그래서 시골마을은 왠지 일요일을 연상케 한다.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세계시골마을로의 여행으로 켜켜이 쌓여 있던 마음의 먼지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