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했으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혁신관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창의적 조직문화, 창의적 리더, 내적 동기와 창의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기업의 창의력>, <열정과 몰입의 방법> 등의 역서가 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말년을 한적한 바닷가에서 사색과 독서로 보내려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의 집 뒷마당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동네 아이들이 매일 공놀이를 했다. 노인은 조용히 지내기를 원했지만, 아이들의 공놀이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몇 번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의 공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어 노인의 주의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인은 고민하다가 마침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다음 날 노인은 공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공놀이를 하면 1달러를 주겠다.” 그러면서 노인은 아이들에게 1달러씩 주었다. 아이들은 다음 날에도 공놀이를 했고 계속 1달러씩 받았다. 일주일 지난 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공터로 나와 아이들에게 말했다. “1달러는 너무 많아서 오늘부터는 50센트밖에 주지 못하겠구나.”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여전히 만족한 듯 물러났다. 다시 3일이 지난 후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면서 노인을 기다렸다. 노인이 나와 아이들에게 1센트씩 주었다. 한 아이가 “오늘은 왜 1센트만 주세요?”라고 물었다. “형편이 그렇게밖에 되지 않는구나. 1센트라도 가져가든지 아니면 떠나거라.” 그러자 아이들은 “우리가 단돈 1센트에 이렇게 공차기를 하겠어요?”라면서 돌아가 버렸다. 다음 날부터 아이들은 공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의 지혜>는 외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교묘하게 감소시킨 사례이다. 아이들은 공놀이 자체가 즐거워서, 즉 내적 동기가 충만해서 한 활동이었는데, 돈과 같은 외적 보상을 조금씩 받다 보니 나중에는 외적 보상 없이는 공놀이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적 동기는 창의성 발현의 3요소 중 하나인데, 이것의 중요성은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활동에 깊이 몰입하여 그 활동 자체로부터 내적인 즐거움을 얻는 상태인 ‘플로(flow)’라는 개념을 제안한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일관된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단지 좋아서 일을 할 따름이며, 그래서 일에서 얻는 것보다 일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적 동기이다. 내적 동기가 충만한 활동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을 남기고 싶다면 일단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내적 즐거움이 충만해야 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볼 수 있고, 이것저것 다양한 실험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과 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새겨볼 만하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에서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열정과 광기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은 없다는 마니아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남이 도달하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면 미치지 않고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무수히 많은 위험과 실패가 도사린 창조의 과정은 그 활동 자체에서 오는 내적인 즐거움과 충만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겨내기 어렵다. 따라서 창의성 발현의 3요소 중 내적 동기는 창조의 전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내적인 에너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