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몸이 자꾸만 머리를 배신하니까. 그리고 머리가 그 유혹을 견디는 게 점점 힘드니까.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지완의 행동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내 얼굴에 맞닿은 그의 체온을 의식하기 무섭게 맥박이 제멋대로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지완의 행동 때문에 당황해서라고 믿고 싶었다. “내가 우유부단하게 굴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선배를 오해하게 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알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미 말했듯이 다 가질 작정이니까. 일부가 아니라 전부 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곧 그렇게 될 거야.” 내 말을 자르고 지완이 예언하듯 단정했다. 그런 지완이 괘씸해서 내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그가 소리 없이 웃었다. 오늘의 그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아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건 그가 아니라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선배에게 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지완에게 내 의지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아니. 이미 많은 걸 줬어. 지금은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될 거야, 너도.” “선배…….” “나한테 오라고 할 생각 같은 건 없어.” “…….” “내가 갈 거야. 내가 너한테 갈 테니까 넌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