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일본경제신문사 일본경제신문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문사 중 하나로, 1876년에 설립되었다. 현재 복합 미디어 기업을 목표로, 신문 발행 외에도 출판, 방송, 문화 사업, 전자미디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독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역자 서은정 바른번역 아카데미 일본어 번역가 과정 수료. 역서로는 『청년사장』, 『정경유착』 등이 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뒤늦게 일본어의 재미에 빠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번역가가 되어 있었다. 일견 한국어와 유사한 것 같지만 많은 차이가 있는 일본어를 보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번역가의 사명이라 여기고 매일같이 사전과 씨름하고 있다.
현대 일본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권력을 차지하고자 사람들이 서로를 검으로 찔러 죽이는 일은 없다. 권력을 둘러싼 싸움의 주무대는 ‘회사’이고, 회사원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의 희비극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의 이기심과 보신 때문에 권력투쟁이 폭발하면, 회사는 위기에 처하고 사원들은 최대의 희생자가 된다. 피가 흐르는 일은 없지만 충분히 잔혹한 광경이다. --- p.17
“가타야마 씨가 액정이라면 하마노 씨는 태양전지라는 식으로 서로 다투듯이 투자해대서 이상했습니다.” 당시의 간부는 회상한다. 어느 날 주위 사람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된 하마노는 “사장님께 보고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회장님께는 전달하겠다.” 사장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든 것이다. 사장인 가타야마와 실력파 부사장인 하마노가 대립하고 있으니 경영이 혼란스러워진 것도 당연하다. 다른 간부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마치다, 가타야마, 하마노가 제각각 명령하는 사태를 사내에서는 ‘킹기도라 경영’이라고 불렀습니다.” 킹기도라는 영화에 나오는 머리가 세 개 달린 괴수다. 각각의 입으로 광선을 발사한다. --- p.54
애플용 패널은 ‘iPhone’의 판매 호조 덕분에 샤프의 경영을 뒷받침해왔다. 수익원의 변화로 인해 샤프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삼성밖에 없었다. 샤프의 수뇌진은 “삼성과의 제휴가 실패하면 우리 회사는 망한다”라고 말할 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다. 삼성의 출자가 발표된 3월 6일 오후 4시, 오쿠다가 샤프의 사내 인트라넷에 전 사원을 대상으로 긴급 메시지를 게재했다. --- p.96
액정 기술로 세계를 석권했던 샤프가 2011년부터 경영 위기에 빠진 것은, 액정에 대한 거액 투자가 실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제4대 사장인 마치다 가쓰히코와 제5대 사장인 가타야마 미키오였다. 홍하이와의 제휴 등을 둘러싸고 대립, 치열한 권력투쟁을 반복하느라 효과적인 경영재건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샤프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커다란 요소는, 바로 궈타이밍의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