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했다고 국제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준을 몇 단계 올려 육법전서와 국제법을 전부 외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공부로 습득한 지식은 분명 지성에 유효한 요소로서 포함되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지성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지성을 습득하는 데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한다면, 역시 실존 인물, 즉 어려운 시대에 지성이라는 무기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실마리 삼아, 그들의 사고와 사상을 참고해볼 수 있다. 지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지성을 높이기 위해 고생과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 그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기로서 지성을 실제로 다룬 사람을 롤모델(표본)로 설정해 그들이 남긴 책을 통해 그 사고 과정을 추체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껴보는, 이 추체험의 재현도를 높임으로써 우리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또 그 모델이 강건한 지성의 소유자일수록 우리 지성의 골격도 단단해진다.
헤리겔은 활을 잘 쏘고 싶고 ‘과녁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와는 “당신이 애를 쓴다는 사실, 그에 대해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하고 타이른다. 어느 날 헤리겔이 화살을 쐈을 때 아야는 예를 표하며 이렇게 말한다. “방금 마침내 화살이 당신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습니다.” 요컨대 당신이 활을 쏜 것이 아니라 당신 밖의 커다란 존재가 활을 당겼다. ‘당신은 그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에서 아야가 인사를 한 것이다. 자신에서 벗어나는 것이 궁도의 최종 목적이다. 그래서 발사가 잘됐다 혹은 발사가 잘못됐다는 것 자체를 말하지 않는다. 자신을 떠나 자신과 과녁이 하나가 되었을 때 결과적으로 명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지성은 자신의 다리로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의 변화는 정확히 인식해둔다. 자신의 확신을 중시하면서 추세에 맡긴다는 사고의 정지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 안의 확신과 자신 밖의 상황을 대조해 한 걸음씩 착실히 생각을 성숙시킨다.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 본래는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하려면 지성을 습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제대로 연습도 안 했는데 무작정 도로로 나가 운전’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로 타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차별을 담은 말을 하면, 결국 치명적인 사태를 초래한다.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하면 어떤 영향이 생길지’ 일단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으로도 지성은 단련된다. 예측은 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