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이든 인간이든 그 누구에 의해서도 단 한 번도 더럽혀진 적이 없는 땅에 내 발자국을 남기는 행위에 대해 어쩌면 어린애 같은 기쁨을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무어인도 이 요새를 감히 공격할 수 없었으리라. 또, 그 어떤 유럽인도 이 땅을 탐험한 적이 없었으리라. 나는 한없이 순결한 사막을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나는 이 조개껍데기 가루들을 귀중한 금인 것처럼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흘러내리게 한 첫 번째 인간이었다. 그 정적을 깨뜨린 첫 번째 인간이었다. 태곳적부터 풀 한 포기 난 적 없었던 극지방의 빙산과 같은 곳에서, 나는 바람에 실려 온 한 톨의 씨앗과 같은, 생명의 첫 번째 증인이었다. --- p.65
이건 음악가의 얼굴이야. 여기 어린 모차르트가 있구나. 여기 생명의 아름다운 약속이 있구나. 그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고, 교양을 가르친다면 이 아이가 무엇인들 못 되겠는가! 정원에 돌연변이로 어떤 새로운 장미가 피어나면 모든 정원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 장미를 따로 떼어 내어 가꾸며 특별히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정원사는 어디에도 없다. 어린 모차르트도 다른 이들처럼 금형 기계에 찍힐 테지. 그리고 모차르트는 악취가 나는 라이브 카페에서 썩어빠진 음악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차르트도 죽은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