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방법 3번째.
씻지 마라. 절대로 씻지 마라.
행동지침=머리에 비듬과 이가 바글바글하게 만들고, 목과 몸엔 손만 갖다 대어도 때가 우동가락 떨어지듯 떨어지도록 하라.

귀자는 내 손목을 꼭 잡고 오피스텔로 끌고 갔다. 그렇게 오피스텔로 들어서자마자 귀자는 나의 옷을 찢듯이 벗겨 내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런 나를 귀자는 말 안 듣는 애를 보는 눈빛으로 보며 무조건 욕조 속에 밀어 넣었다.
“씻자, 달링. 내가 뽀드득 소리 나게 씻겨줄게! 우리 같이 목욕하자!”
샤워기의 물을 있는 힘껏 틀어 내게로 뿌려대더니 자기 옷도 번개같이 휙휙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어 욕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귀자는 욕조 속에 가루비누를 마구 풀고 비누거품이 가득한 목욕수건으로 나의 몸을 빡빡 문질렀다.
“아, 아파! 귀자 씨 아프다고!”
“아파?”
귀자는 자신이 좀 심했나 싶은 듯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부드럽게 나를 씻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지나자 나를 씻기던 귀자의 손은 내 온몸을 어루만지며 씻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었다. 구석구석 비벼대고 찰싹찰싹 달라붙는 손길이 내 몸에 불길을 일게 하는 것이었다.
아! 차라리 아픈 것이 나아! 이대로 가다가는…….
그러는 사이 어느 새 귀자는 비누로 미끈거리는 내 몸을 격정적으로 안고 있었다. 그리고 에구구 나도 격정적으로 응하고 있었다는…….


차이는 방법 18번째
나랑 같이 죽자!
행동지침= 두 개의 술잔에 소화제나 아무 알약 준비해서 상대가 보는 앞에서 넣고 동반자살하자, 하라.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것이다.

으버버! 이, 이게 무슨…….
난 술잔을 쭈욱 들이키는 귀자를 기가 막혀서 말도 못하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독약이라는 데 아무렇지도 않게 마실 수가 있느냔 말이다!
“달링은 안 마셔?”
“아, 으응. 마, 마셔야지. 저기 그런데 말이야. 독약이라는 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셔?”
“이거 진짜 독약 아니잖아?”
“만일 진짜 독약이었으면 죽는 거잖아!”
“음… 그렇게 되나? 진짜 독약이면 죽는 거네. 그것도 괜찮겠다. 같이 한날한시에 죽는 거. 우리 같이 독약 마시고 죽을까?”
놈의 사이코적인 발언에 나는 그만 뻣뻣이 굳어버렸다.

차이는 방법 24번째
시도 때도 없이 전화질하라!
행동지침= 3분 간격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하라. 전화내용은 항상 “그냥 해봤어.”
상대 당신 전화에 질려서라도 찰 것이다.

나는 3분 간격으로 전화했다. 귀자, 엄청 반가워했다. 그런데 끊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나서 전화를 끊으려 해도 잠깐만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별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계속해대며 그날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다 하는 것이다. 정말 아주 일기를 쓴다. 일기를 써!
이놈아! 내가 일기장이냐? 일기장이야? 일기는 일기장에다 쓰는 거야! 나한테 쓰지 말란 말이야!
분명 먼저 전화 한 것은 나였다. 확실히 시작은 내가 했다. 그러나 끝을 낼 수가 없었다.
그 후에도 놈의 일기장 전화는 계속되었다.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