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개성에서 태어나 보성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1920년 '동맹 휴학 사건'으로 퇴학 당한 후, 1921년 일본대학 예술과에 입학했다. 1922년『샛별』지에 최초의 창작동화인『바위나리와 아기별』을 발표한 후 많은 동화집을 냈으며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을 기초하는 등 어린이 문학 정립 과정에 큰 기여를 했다.
동화집으로『해송 동화집』『모래알 고금』『떡배 단배』『성난 수염』등이 있다.
그림 : 김성민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보리 아기 그림책』『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밭』등이 있다.
예쁜 모래알인 고금이 굴러다니다가 착한 을성이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을성이와 함께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 부모님에게 구박만 받고 늘 기운없어하는 주인공 을성이가 부모님의 사랑을 되찾게 되는 과정이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재미있게 전개된다. 부모님들이 어렸을 때인 60년대가 배경으로 전차나 12시가 넘으면 울렸던 통행금지 사이렌, 교복 같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아버지가 을성이를 볼 때마다 미련란 돼지같은 놈이니 쓸모없는 놈이니 하고 야단을 하니 차츰차츰 어머니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유, 우리 을성인 정말 미련하구나......'
그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을성이는 일부러 미련한 짓을 골라 가며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일이 미련한 짓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잘 하면 말이 없고 잘못하면 미련하다고 하니 잘못도리 일을 골라 가며 했습니다. 그러면
'아유, 미련해라!'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듣기에 좋았습니다.
--- p.35
"땅 속으로 굴을 파놓았는데 말야! 그것도 우리들이 판 것이다! 그 굴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거야! 자꾸 기어 들어가면 역의 물건 쌓아 놓은 곳이 된단 말야!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것을 허물어지지 않게 맨 밑의 것부터 살살 빼내어서 뒤로 물려 주면 돼! 뒤에서 받아서 또 물려 주고 그러는 거야! 재미있지? 네가 앞장을 서야 한단 말야! 알았어?"
을성이는 눈이 둥그래집니다. 말은 못합니다.
"굴 속이니까 숨이 막히는데 말이다! 숨통이 있거든! 땅 위로 솟은 가느단 구멍이 있단 말야! 거기서 숨을 쉬면 돼! 어려운 일은 물건을 빼낼 때야! 잘못해서 와그르르 무너지는 날이면 그만이다! 땅! 알았어? 총알이 날아온단 말이야!"
을성이는 한마디 대꾸도 못 합니다.
--- p. 178
"땅 속으로 굴을 파놓았는데 말야! 그것도 우리들이 판 것이다! 그 굴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거야! 자꾸 기어 들어가면 역의 물건 쌓아 놓은 곳이 된단 말야!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것을 허물어지지 않게 맨 밑의 것부터 살살 빼내어서 뒤로 물려 주면 돼! 뒤에서 받아서 또 물려 주고 그러는 거야! 재미있지? 네가 앞장을 서야 한단 말야! 알았어?"
을성이는 눈이 둥그래집니다. 말은 못합니다.
"굴 속이니까 숨이 막히는데 말이다! 숨통이 있거든! 땅 위로 솟은 가느단 구멍이 있단 말야! 거기서 숨을 쉬면 돼! 어려운 일은 물건을 빼낼 때야! 잘못해서 와그르르 무너지는 날이면 그만이다! 땅! 알았어? 총알이 날아온단 말이야!"
모래알이 옮겨 다니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아슬아슬한 위기가 여러 번 있어 흥미롭게 읽게 된다. 아버지에게 까닭을 알 수 없는 미움을 받는 을성이가 집을 뛰쳐나가 도둑의 소굴에 가게 되지만 끝내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되고, 아버지도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된다. --- 어린이도서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