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디어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을 받았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축하를 받고 나는 곧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기뻐서 떨리는 목소리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니는 덤덤하게 “알았다”고 하실 뿐이었다. ‘고작 그 말뿐이라니…….’ 나는 또 어머니가 야속했다. 서글픈 마음을 털어버릴 겸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돌아오니 남편이 전화를 끊으며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장모님이 날더러 고맙대. 당신이 시켜야 할 공부를 내가 다 시켰다고 정말 고맙대.” 그 말을 듲자 나는 울컥 하고 눈물이 솟을 것 같았다. 내가 어머니에게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었던 것이다.
- 한인애, '듣고 싶던 그 한마디' 중에서
그렇게 죽어라 고생했는데도 이자와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유치원 연극에 출연하는 딸의 모습을 보러 가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갈 수 있었는데 일당 5만 원 때문에 포기했다. 수천 번도 넘게 자살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눈물 흘릴 시간도 내겐 사치였다.
(중략) 아직도 우리의 불행은 그치지 않았지만 이제 내리막길은 끝난 것 같다. 다 내려왔으니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흩어지지 않고, 깨지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 우리의 행복을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 이승욱, ‘꼭 햇볕을 다시 찾아야죠’ 중에서
선생님은 나를 자전거 안장에 앉히고 양발을 자전거 페달로 줄로 꽁꽁 묶으셨다. “핸들을 잘 틀어라! 이 자전거도 못 타고 쓰러지면 넌 학교뿐 아니라 인생도 퇴학이다!” ‘인생 퇴학’, 죽어야 된다는 말씀이었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나는 죽지 않으려고 기적을 만들었다. 그날 선생님의 자전거로 시작한 인생길을 힘차게 달렸다. 때로는 험산준령도 만나고 퇴약볕에 비탈길, 자갈길, 헤어날 길 없는 수렁, 캄캄하고 암담한 벽에 부딪쳐서 쓰러질 뻔한 적이 한두 버니 아니었다. 그럴 때마 유용준 선생님의 ‘인생 퇴학’을 생각하며 용기백배하였다.
- 조한용, ‘인생 퇴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