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어느 나라든 활기차고 생동감을 준다. 집 앞과 거리를 청소하고 물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이 옛날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정겹게 느껴졌다. 식당 앞에는 처음 보는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음식 중에는 진한 색깔과 강한 향신료로 언뜻 손이 가지 않은 음식도 보였다.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계산한 후 먹었는데 선택한 음식들은 맛있었다. 거리는 한눈에 보아도 가난해 보이는 서민들의 일상생활임을 알 수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대부분 순박하게 활짝 웃는 얼굴과 길을 물으면 잘 모르더라도 친절하게 알려 주려는 호의가 전해진다. 문제는 엉뚱한 곳을 가르쳐 주어 몇 번 헛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 p. 31
카오산 로드는 ‘배낭여행의 메카’라고 부르기도 하며 ‘배낭여행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한다. 자유여행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 때문에 휴식처가 된다. 복잡하고 무질서한 약 2km의 길을 구경하며 걷는 것을 좋아 했다. 볼거리도 다양하고 먹거리도 풍부하다. 걷다가 더우면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코코넛 과즙을 마시며 꿈을 찾아 떠나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초보 여행자의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얼굴을 보면 풋사과를 보는 것처럼 싱그럽다. 자기 덩치만 한 배낭을 메고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걷는 이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여행자들의 공통점은 자유롭고 환한 얼굴이다. 이곳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들기 때문에 피부색이 다양한 인종 전시장이다. --- p. 82
사진에서 보았던 환상 속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알프스야, 너는 기대 이상으로 너무 멋지고 아름답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구나!’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지만, 나라마다 자연환경이 천차만별인 것을 경험한다.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아래 푸른 초원에서는 소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너희들은 무슨 복으로 이곳에서 태어났니?’ --- pp. 118~119
이스탄불이 가까워지자 마호메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 이스탄불~ 이스탄불~!” 하고 외쳤다. 표정과 몸짓에서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마호메트 집에서 반갑게 맞아주셨던 어머니는 이틀 머무는 동안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저녁에는 터키 음식으로 요리를 해 주셨는데 입맛에 맞고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 그동안 굶주린 배가 행복했다. 헤어질 때 결혼해서 꼭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하라고 손을 꼭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 p. 188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얻었나요?”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여행을 간 것이 아니다. 그냥 여행을 하고 싶었고 좋아서 떠났다. 질문을 하니 그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잠시 생각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여행하면서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 p. 208
기차 도착 시각이 지났는데도 기차가 오지 않아 역무원에게 물으니 그도 확실히 모르는지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한다. 3시간 연착은 일상적인 일로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가볍게 애교로 넘어가 줘야 정신건강에 좋다. 몸과 마음이 지쳐갈 즈음 무쇠 덩어리 골동품 기차가 연기를 뿜으며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도착한다. 처음에는 유리창 없이 쇠창살만 있는 기차를 보고 놀랐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힘들게 기차에 탑승했다고 오늘의 여정이 무사히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