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관광학과와 호주의 호텔경영대학교(ICHM)를 졸업하고 국내외 호텔과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운영 관리 및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번역에 매력을 느껴 과감히 하던 일을 그만둔 후 현재는 번역가로서 여러 가지 분야의 글을 공부하며 영어를 훌륭한 우리글로 옮기는데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습관의 재발견』, 『원씽』,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서스』, 『스타크래프트2』, 『헤드헌터』, 『위대함의 법칙』 등이 있다.
라일라가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온통 붉은빛이었다. 건물에 끼얹어진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 아니라 붉은색 색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붉은빛이었다. 눈을 깜빡여 그 색을 없애보려고 했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켈이 이곳을 레드 런던이라 지칭했을 때 그녀는 다분히 자의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레드 런던은 말 그대로 붉은빛의 세상이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자 공기 중에 맴도는 꽃향기가 느껴졌다. 백합, 수국, 앵초. 향기는 마치 독한 향수처럼 질릴 정도로 강렬했다. 켈에게 그런 향이 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잠시 뒤 그녀의 감각이 이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나자 향기가 조금 약해지고 색도 흐려졌지만 조금만 숨을 깊이 들이쉬면 다시 후각을 자극해왔다. 라일라는 기침을 하고는 가만히 누웠다. 그녀는 꽤 예쁘장한 붉은색 문-이번에는 붉은색의 진짜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앞의 어떤 골목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코트 아래로 길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등을 파고들었다. 켈의 코트. 그것이 마치 날개처럼 넓게 펼쳐진 채 바닥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켈은 보이지 않았다. 라일라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검은 돌이 여전히 약하게 진동하며 그녀의 손안에 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을 통과했어.’ 그녀는 놀라움의 탄성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완벽했다면 라일라와 켈이 같은 곳에 서 있어야 했다?어쨌거나 그녀는 이곳에 도착했다. 아니 ‘그곳’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 와보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해냈다. 딜라일라 바드가 마침내 모험을 떠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