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독자를 조금 헛갈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원래 삼각관계의 중심은 헤르미아였다. 그런데 장난꾸러기 요정의 어이없는 실수로 삼각관계의 중심은 헬레나에게로 옮겨 간다. 삼각관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요정 나라의 왕 오베른은 이들의 관계를 조정, 아름다운 결말에 이르게 한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정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운명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할 수 있는지, 얼마나 쉽게 역전될 수 있는지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한여름 밤의 한바탕 꿈’처럼 펼쳐 보이는 것 같다.
--- pp.15-16
헤르미아 : 안녕, 예쁜이 헬레나. 어딜 가니?
헬레나 : 날더러 예쁜이라고? 예쁜이라는 말을 다시는 입에 담지 마. 데메트리오스는 진짜로 예쁜 널 사랑하는걸. 아, 너는 예뻐서 좋겠다! 네 두 눈은 북극성이고,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노래는 밀밭 푸르고 산사나무 가지에 새순 돋을 때 양치기 귀에 들려오는 종달새 소리보다 더 감미롭단다. 질병은 전염되는 법인데, 아, 겉모습도 전염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예쁜 헤르미아 너의 모습이 나에게 전염될 수 있을 텐데. 내 귀에는 네 음성이 전염되고, 내 눈에는 네 눈길이 전염되고, 내 입술에는 너의 달콤한 말투가 전염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고, 이 세상이 모두 내 것이라면, 너에게 그걸 몽땅 주고 말 텐데. 데메트리오스만 빼고. 가르쳐 다오, 어떤 눈길로, 어떤 수단으로 데메트리오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지.
헤르미아 : 눈살을 찌푸려도 그 사람은 내가 좋단다.
헬레나 : 나의 웃는 얼굴이 너의 그 찌푸린 얼굴에게 한 수 배웠으면 좋겠구나.
헤르미아 : 저주를 퍼부어도 그 사람은 내가 좋단다.
헬레나 : 나는 아무리 빌어도 그런 사랑을 얻지 못하는데!
헤르미아 :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내가 사랑스럽단다.
헬레나 :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내가 밉단다.
헤르미아 : 헬레나, 데메트리오스가 어리석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
헬레나 : 그래. 네겐 아름다운 잘못밖에 없어. 아, 내게도 그런 잘못이 있었으면 좋겠다!
--- pp.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