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베는 그 뒤 어떻게 됐나요?
-얼마 동안 활개 치고 다녔지. 젊은 화가가 모여 있는 교실에 물의 황소를 끌고 들어사서 리얼리즘 강의를 하는가 하면, 여성의 은밀한 부분만을 극명하게 묘사해 놓고 '세계의 기원'이라는 제독을 붙이기도 했대. 한바탕 떠들섹하게 벌이긴 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충격적으로 보이던 쿠르베의 그림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시들해졌지. 그의 그림이 새롭다는 것은 주제가 새롭다는 얘기지 수법이 새로운 멋은 아니었어. 즉 주제만 추하지 않으면 전통적이었을 뿐이니까. 어찌 되었든 쿠르베가 51세 되던 1870년에 운명의 갈림길이 찾아왔어. 정부가 쿠르베에게 레종 도뇌르 훈장을 달아 주겠다고 했는데 쿠르베가 거부한 거야.
--- p.98
-왠지 쓸쓸해 보이는 걸상이에요. 파이프랑 담배가 놓여 있어서 더욱 인정이 그리워지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고흐는 무엇이든 다 그리지. 해바라기, 태양, 보리밭, 집, 구두 등 그리는 것이 모두 자화상이니까. 그것이 고흐이 독창성이기도 하고 '표현주의'의 선구자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한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좀 답답하지.
--- p.120
다 빈치 [모나리자]
- 그 대신에 배경이 너무 흐리멍텅하잖아요.
- 아, 좋은 지적을 했군. 실은 배경이 이 그림에서 보아야 할 포인트야. 정밀하게 그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야. 원근법을 완성시켰다는 레오나르도가 이렇게 그린 것은 좀 말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 하지만 사실 이 기법은 원근법 중에서도 '공기 원근법'이라고 하는 보다 고도화의 기법인데, 이처럼 흐리멍덩하게 그리는 기술이야말로 레오나르도가 사장 선호한 기법의 하나야. 이것 봐, 눈 앞에 있는 인물에 시선을 집중하면 당연히 시선에서 벗어난 먼 곳의 경치는 흐리멍덩하게 보이지. 똑똑히 보이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야. 게다가 배경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고 해봐. 모자리자의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가 나오겠어? 이처럼 안개가 서린 듯 흐릿하기 때문에 모나리자의 표정에 시선이 끌리는 거라고. 그리고 입고 있는 의상도 거의 아무 장식도 없이 수수하잖아? 의상이 화려하면 그쪽으로 시선을 빼앗기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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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브란트라면 자화상만 잔뜩 그린 사람 아녜요?
- 글쎄, 에칭(부식 동판화)과 데생까지 합쳐서 백 점 가까운 자화상이 있다니 꽤 많이 그렸지? 그러나 일기나 편지 같은 다른 자료가 전혀 없다니까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그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지.
- 그런데 대체로 어두운 것 같은데...
- 작품이 말야?
- 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의 그림뿐인 것 같아요. 특히 이 <야경>의 실패가 파산의 원인이었대요. 그래서 그림 주문이 없어서 자화상밖에 그릴 수 없었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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