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시가 매우 냉정하고 계략을 자주 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무사가 아니라 낭인이었다. 즉 도장에서 정석으로 검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전을 통해서 터득한 검술이라 당연히 예의나 규칙 따위가 없었다.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것을 활용해 싸움에 임하는 것이 그에게는 아주 당연한 행동이였던 것이다.

또한 떠돌이 거객으로 끊임없이 엄습하는 속임수나 계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치죠지의 결투에서 가장 먼저 요시오카 마타시치로를 벤 것은 그 아이가 원수의 대를 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70여 명의 적을 앞에 두고 상대의 급소를 치지 않으면 끊임없이 밀려드는 상대를 제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을 죽여 심리적인 공황을 만들어내지 않고서야 어떻게 수많은 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