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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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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천종태 | 샘터 | 2007년 08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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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1쪽 | 46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5959
ISBN10 894641595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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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천종태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갔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분자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로스앤젤레스 소재 남가주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유학 시절 ‘의리 있는’ 이탈리아 여자, 馬 여사(마리안나)를 운명처럼 만나 결혼한 뒤 다시 대서양을 건너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지금은 나폴리에 있는 100년 전통의 안톤 돈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낮에는 실험실에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이고, 밤에는 아내와 세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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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결심하는 것이 힘든 만큼, 馬 여사 역시 나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혼인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가족이 연관되어 있고, 두 사람을 부부로 인정하겠다는 주위 사람의 축복과 후원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이 아닌 이탈리아 약혼자를 소개하자 서울의 우리 집 식구들이 보인 솔직한 반응은 놀라움과 우려였다. 큰누나는 “네 마누라 될 사람 이름이 마리안나라니 내가 말이 안 나온다”라는 절묘한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처음에는 축하해 주었지만, 두 번째로 들려오는 말은 늘 “너 자신 있어?” 경고성 속뜻을 가진 외교적 메시지들이었다. 막내들은 늘 집안 식구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TV 연속극에서 익히 보던 상황이 현실로 닥쳤다. 나는 각개격파로 집안 식구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인터뷰 아닌 인터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훈화 말씀’을 들어야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새겨 보니 여러모로 다 옳은 말씀이었다.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는 세상 모든 난관들이 작게만 보이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는 말을 해준 것은 셋째 누님이었다. 내가 아는 어느 수녀님은 “국제결혼은 넘어야 할 어려움이 남들보다 더 많기 때문에 한 단계 더 성숙한 마음 자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하지만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 제기는 어머니에게서 나왔다. “남자는 한국 사람이고 여자는 이탈리아 사람이니, 장차 둘이 어느 나라에서 같이 살게 되든 최소한 둘 중의 하나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사회와 문화를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_ 세 번의 결혼 인터뷰(p.52~53)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현상의 배후에 마피아가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게 된다. 일단 그렇게 심증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 디즈니 건설 프로젝트가 나폴리로 오려고 했는데, 마피아와의 협상이 깨져서 파리로 갔다” 이런 식의 근거가 확실치 않은 말과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되는 일은 드물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가 나폴리에 매장을 열었는데 그 개장이 1년 이상 늦춰졌다. 다들 마피아를 의심한다. “누군가 돈을 제대로 받아먹지 않은 사람이 있나 보군!” 새로 생긴 고가도로가 직선거리로 가지 않고 뱀처럼 구불구불 돌아가고, 그 길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가로등이 촘촘히 박혀 있다. 역시 의심이 간다.
어느 날 멀리 있는 야산에 산불이 났다. 이번에도 역시 마피아를 의심한다. “흠, 산불과 마피아라…….” 얼른 이해하기 힘들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된 야산도 산불로 훼손된 채 10년 정도의 세월을 넘기면 그때는 개발이 가능하단 얘기였다. 대낮에 멀리 도회의 변두리 지역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가 날 때에도 마피아를 의심한다. 낮에 폭죽을 쏘는 이유는 성미 급한 젊은이들이 밤을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약이 방금 들어왔네”라는 그들만의 신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폴리 바닥에서 마약 유통으로 돌아다니는 검은 돈이 하루에 50만 유로가 넘는다니 결코 작은 시장은 아니다.
_모든 것은 마피아 탓?(p.134~135)

카페에서 마주치는 부자와 집시 거지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카페 문 앞에 꾀죄죄하게 쪼그리고 있는 사람들과 고급 양장을 차린 귀부인들은 얼핏 보면 상극의 처지인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렇다. 비록 큰 부자가 아니더라도 집시의 양철통에 은전을 하나 넣을 때마다 “땡그랑!” 하고 들리는 소리는 “아, 나는 아직 남에게 적선을 베풀 만한 경제적인 여유와 인정이 있는 사람이로구나” 하는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자명종 구실을 한다.
현금과 자부심을 맞바꾸는 스톡 마켓. 그렇기 때문에 나폴리의 큰 카페 앞에는 예외 없이 집시들이 몰려 있어도, 이들을 박대하는 일이 없다. 거지들은 150년 전 대저택의 벽화에도 등장하는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인 것이다. “얼쩡거리지 마시오(No soliciting)”라는 경고문이 출입문마다 박힌 미국 가게였으면, 몇 분 내에 당장 경찰이 달려오고 이민국에서 출국 조치가 내려지든지 했을 것이다. 똘레랑스가 복선으로 흐르고 있다는 프랑스 사회와 달리 미국은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라는 말을 자랑스러운 모토로 삼고 있는 나라 아닌가? 하긴 집시들은 아예 입국이 안 될 테니 이들이 미국에 들어올 일도 애당초 없었겠지만…….
나폴리 사람들의 인정은 분명 똘레랑스의 수준을 넘어서는 바가 있다. 참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카페 앞에서 구걸하던 집시들이 동냥한 돈으로 커피를 사 마실 수 있겠는가? 당연히 공짜다. 거리로 내몰린 사람을 다시 내쫒을 수는 없다. 공원의 비둘기들에게는 먹고 있던 빵부스러기를 나누어 주면서 새보다 귀한 거리의 사람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빌어먹는 주제에 커피는 무슨……”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이탈리아에서 커피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다. 나폴리를 찾는 사람들은 길이 더럽다는 둥, 집이 낡았다는 둥, 여러 가지 피상적인 비판을 하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더운 여름날 집시들에게 냉커피를 내주는 카페, 돈 없고 갈 곳 없는 노인에게 피자를 구워 주는 가게들의 인정 어린 정경을 자주 볼 수 있다.
_바bar가 있는 풍경(p.198~199)

“이탈리아 1, 코리아 델 수드 0.”
바로 이 순간. 카페 안에 나와 어깨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있던 오십여 명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들과 기쁨을 함께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도 눈에 띄었다. ‘아, 대나무 밭에 홀로 떨어진 한 마리 작은 벌레처럼 쭈그리고만 앉아 있던 나의 가슴에 스치는 소외감이여, 배신감이여!’ 전반전이 1대0 이렇게 끝났다. 마냥 허탈해 하고 있는데, 馬 여사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기분이 어떠셔?” 하면서 슬슬 약을 올렸다. “그래 두고 보자!”
후반전이 어영부영 70분이나 지나고, 80분이 가까워 오는 순간, 나는 속으로 ‘그래, 이게 우리의 한계인가 보다’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사실 우리 40대 세대들은 얼마나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는가? “서양 애들은 다리가 기니까 패스를 빨리 해야 된다” “일본 애들은 단결을 잘하는데, 우리는……” “미국 애들은 3일 동안 밤새기를 해도 체력이 끄떡없다. 얘들이랑 경쟁하려면……” 등등.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기 종료를 불과 3분 남겨 놓고 설기현 선수가 정말 거짓말처럼 동점골을 넣었다. 이 믿어지지 않는 순간이 사실 내게는 지난 월드컵 최고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만 오십 명 가까이 모여 있는 카페에서 혼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동물과 사람 소리 중간쯤 되는 괴성을 내며 고함을 질러댔다는 것 아닌가.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 때까지 장장 2분 동안, 미친 사람처럼……. 이탈리아 남부에 사는 한국인은 사실상 나 하나고, 마침 빨간 티셔츠를 입고 나갔으니, 그날 나는 ‘재(在)나폴리 1인조 붉은 악마’였다. 뒤에서 화가 난 어느 이탈리아 여자가 날더러 “똥 같은 남자(Uomo di Merda)!”라는 욕을 해대는데도 아랑곳없이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그다음 연장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축구 역사책에 기록돼 있다. 안정환 선수가 골든골을 집어넣어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승리를 안겨 주었다. 반지에 묻혀 보내는 굿바이 키스. 나 역시 사랑하는 馬 여사에게……! 그날 경기는 비디오 녹화까지 해놨는데, 그림 액자를 연상시키듯 운동장 둘레를 붉은 악마들이 온통 붉은 색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들이 내뿜는 “대-한민국” 소리가 세계인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느냐? 아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카이사르 시대 이래로 가장 큰 난리가 났다. 나는 우선 직장에서 표정 관리를 잘하지 못한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며칠 동안이나 구설수에 오르기 일쑤였다. 집에서는 같은 이유로 馬 여사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심판의 판정이 홈팀에게 너무나 편파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무려 나흘 동안 밥 짓는 일 없이 축구 시합 한 판에 얽힌 문제로 매일 새벽 두 시까지 부부싸움을 계속하는 동서고금, 전대미문의 희한한 일이 생겼다.
_어게인 2002(p.305~307)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큰 질문’을 던지고 싶고, 또 스스로 그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곳에 다가가는 실험들은 거의 모두가 세세한 것들이다. 그래서 연구자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아마도 실패보다는 ‘무시’와 ‘무관심’ 그리고 ‘무의미’의 ‘3無’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연구비로 쓰일 돈이 없으면 머리를 쓰면 되지만 연구자 자신이 스스로의 일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의 일을 통해 주위 동료들의 관심과 존경을 받지 못하면 문제는 커진다. 일이 주는 기쁨 이외에도, 그 일의 결과가 가져다주는 공헌과 영향력을 잣대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
개인적인 공헌을 크게 따지는 것이 이 분야의 문화가 된 감이 없지 않다. 비슷한 연구 내용이라도 누가 먼저 논문을 출간했느냐, 또 먼저 제출했느냐가 중요해진다. 같은 실험실에서라도 논문에 누구 이름이 먼저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로 종종 잡음이 이는 수도 있다. 그러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라도 어떤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괴물이 만들어진다든가 하는 결과가 나오면, 그 과학자는 국제 학술회의에 나가서 어깨에 힘을 주고 할 말이 많게 된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유전자인데, 그걸 연구하는 사람까지가 덩달아서 실물의 인간보다 커지는 것이다.
명성과 영향력. 그것도 연구자의 기쁨이라면 기쁨이다. 누구나 역사에 좋은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과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치매를 맨 처음 병리학적 현상으로 인식한 독일의 신경병리학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이 무시무시한 뇌질환에 자신의 이름이 늘 따라다닌다는 것을 안다면 지하에서 어떤 심정이 되었을까. 만약 나라면 내 이름을 이런 무시무시한 병리현상에 절대 결부시키고 싶지 않다.
과학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부(富)와 명성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는 힘들다. 그래서 조금만이라도 뉴스거리가 되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 조르르 저널리스트에게 달려가는 과학자들도 세상에는 많이 있다. 침소봉대된 이런 기삿거리를 보면 입맛이 씁쓸해진다. (……)
연구자의 참된 기쁨은 개인적인 명성이 아니라 우정이 아닐까 한다.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하나의 생각을 확대, 발전시켜 가면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떤 면에서 볼 때, 과학자의 삶은 수도자를 닮았다. 남보다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거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에 순수했던 초발심(初發心)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저것 좀 봐!” 하면서 친구와 함께 자연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던 어린 아이의 마음이다.
회갑이 넘은 동경 대학의 어느 생물학자와 나폴리의 폼페이 유적지에 간 일이 있다. 잡풀이 난 쓰러진 벽 귀퉁이에서 도마뱀이 튀어 나오자, 이 노학자는 어린 아이처럼 뛰어다니더니 맨손으로 귀여운 도마뱀을 잡았다.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종(種)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_ 앵무새는 잘 나는 새가 아니다(p.31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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