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배로 초대합니다”
여기, 당신을 위한 아담한 배가 한 척 있습니다. 돛 대신 꽃을 달고 당신을 기다리는 이 배의 이름은 ‘꽃단배’입니다.
꽃단배에 사람을 태우면 하루가 화기애애해집니다. 사연을 담으면 하루가 흥미진진해집니다. 꽃단배는 당신이 사는 ‘오늘 하루’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배는 당신이 사공입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함께 꽃단배를 타고 찾아보려고 합니다. 물길, 산길, 사람길, 하늘길, 그리고 마음길에서…….
열심히 노 젓다 보면 반갑게 만날 날이 오겠지요?
끝을 보겠다 마음먹으면 아, 하고 무릎 칠 날도 있겠지요?
꽃단배의 주인이자 오늘 하루의 주인공인 당신에게 말을 걸며 꽃단배를 띄웁니다. “사실은 말야…….” 하며 속마음을 슬쩍 털어놓으며 ‘꽃단배 떠가네’를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마음껏 꿈꾸세요. 그리고 아주 많이 행복하세요. --- 서문 중에서
산길에도 세월이 갑니다. 풀들과 꽃들, 나무들과 그 열매들이 순환의 질서 속에서 울창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을 오래도록 만나 왔습니다. 늘 우리에게 미소하며 나무며 꽃들의 이름을 알고 진가를 알아주는 당신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기쁠 때, 근심이 찼을 때, 동행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걸음걸이와 표정이 어떻게 다른지도 기억합니다. ……(중략)// 저기, 오늘도 당신이 올라옵니다. 우리 중에서 벌써 환호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꽃들은 분주히 단장하고 잎들은 초록을 내뿜습니다. 다람쥐는 당신 앞을 가로질러 뛰어갈 준비를 합니다. 어서, 올라오세요. //
*이 가을, 뒷산의 연인임을 선포해 주세요. 기자회견 준비할까요? --- 〈뒷산이 당신에게〉 중에서
내려가요. / 내려가는 거, 호들갑 떨며 / 남다른 의미를 내세우지 말고/ 그냥, 내려가기로 해요. //
쥐고 있는 거, 내려놓고는 / 다시 쥘 것에 벌써 눈이 가면서도 / 잠시 빈손을 자랑하지 말고. //
내려가요. / 머리, 가슴 다리뿐 아니라 / 무게중심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 우리, 내려가 봐요. //
그러면 올려다볼 일만이 남겠지요. / 그때, 만나게 되겠지요. / 신호등도 경계선도 없이 ‘탁’ 트인 하늘. //
*오늘 하루, 가진 것만으로도 누릴 게 많답니다. --- 〈대답〉 중에서
종합병원에서 아픈 사람 대신 줄 서 있다가 / 내가 건강하다는 걸 알았다. / 누군가 묻고 실컷 울고 돌아와서야 / 내가 흙 한 덩이 빌어 / 잠시 머무르고 있음을 알았다. / ‘살아 있음’의 이유를 알기 위해 /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임을 알기 위해 / 하루라도 잊지 않으며 살기 위해 / 또 누가 아파야 할까, 또 누가 죽어야 할까.
*오늘 하루, 사는 것처럼 한번 잘 살아 봐야겠지요. --- 〈삶〉 중에서
오늘도 두 번을 연속해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한 번 이기면 한 번은 지는 인생. 교만해지도록 놔두지 않는, 요행을 바라도록 놔두지 않는 신의 섭리입니다.
나도 잘 압니다. 두 번 만이라도 연속해서 이기면 금방 우쭐해지니까요. 도움이 없었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일, 내리 지던 시절은 기억도 못할 테니까요. 한 번은 살았다가 한 번은 죽었다가, 한 번은 웃었다가 한 번은 울었다가, 한 번은 희망으로 차올랐다가 한 번은 절망으로 곤두박질쳤다가 하며 살아갑니다. 이기고 난 다음에는 지는 일을 잘 지러, 지고 난 다음에는 이기는 일을 잘 이기러 오늘도 씩씩하게 갈 뿐입니다. 오늘도 나를 향한 신의 배려는 ‘균형’입니다.
*내가 이길 때 지고, 내가 질 때 이기는 경우가 가장 괴롭습니다. --- 〈1승 1패〉 중에서
↑ / 화살표는 / 위로 향해 있습니다. / 포기하지 말고 / 이 길을 따라가세요. / 이 화살표의 이름은 / 위로입니다. //
↓ / 화살표는 / 당신에게 내려옵니다. / 위에서 내려오니 / 하늘의 위로입니다. / 마음껏 받으세요. / 꼭 이겨 내세요. //
*오늘 하루, 나아갈 방향은 잘 정해지셨나요? --- 〈화살표〉 중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 ‘그립다’ / 말하려는데 발 하나가 떨어집니다. / 눈빛이 가 닿았던 바로 그 별입니다. / 얼른 한 자락 / 마음을 펼쳐 놓습니다. / 늘 마음은 푹신하거나 / 말랑말랑해야 하겠습니다. / 그렇지 못하다면 / 신 나게 내려오던 별 하나 / 부딪히고 말 테니까요. / 마음 끝에 닿는 순간 / 쾅, 아이쿠.
*오늘 하루, 곁의 분들에게 ‘쿠션’이 되어 주시겠어요? --- 〈마음 사용법〉 중에서
그래요. 맞아요. 이 얘기 좀 해 보려고 주변을 빙빙 돌아왔습니다. 한번 원 없이 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이지, 목 놓아 시원하게 울고 싶은 때가 있지 않나요? 그렇게 하고 나면 마음의 때가 다 빠질 것 같고, 세상이며 사람도 다 이해될 것 같고, 사랑도 커지고 마음은 우주도 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바람 속의 먼지’를 핑계 삼아서라도, 한번 제대로 울어 보고 싶지 않나요? 슬프거나 기뻐서도 아니고, 화나거나 아쉽거나 못나서도 아니고 그저 사람은 울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모습으로서 고개 끄덕이며 한번, 원 없이 꺼이꺼이.
*오늘 하루, 다 씻어 줄 것 같은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세요. --- 〈한번 원 없이 울고 싶을 때〉 중에서
가을바람 다가와 / 툭, / 등을 떠민다. // 에구, / 떼구르르르 / 힘없이 굴러 간다. // 울컥, 돌아보니 / 웃네? / 친구라서 참는다. //
*오늘 하루, 넉넉히 너그러움을 보여 주세요. --- 〈낙엽의 말〉 중에서
열두 해 지나고서 바라봅니다. / 이 사람, / 여전히 좋네요. // 내가 정했다면 신이 살아계시네요. / 신이 정했다면 나를 사랑하시네요. / 같은 뜻이었다면 선을 이루신 거네요. // 오는 해 맞으면서 바라봅니다. / 이 사람, / 좋을 수 있으니 더욱 좋네요.
*비결 하나, 사랑하면 자꾸 사랑해지는 거. --- 〈이전보다 더욱〉 중에서
자, 처음부터 다시 불러 볼까요? 그대 향한 사랑, 노래, 많은 말들과 글들도 첫 줄 첫 칸으로. 도돌이표 같은 웃음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부른 노래들도 첫 소절로. 이제는 둘 더한 넷이서 첫 마음으로 돌아와서는 시끌벅적한 4중주에 빠져 봅시다.
살며, 살아가며 만나는 나쁜 소식들은 하늘나라 주소로 다 보내 버려요. 덜도 말고 식구 수만큼, 기쁨 따따블 행복 따따블, 갈 때까지 가 봅시다. 힘든 날에는 겨울밤 아랫목 같은 첫 마음자리로 모여 주세요. 반딧불 같은 반짝임을 모으면 불꽃놀이 같은 꿈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불끈, 힘이 생길 거예요. 믿어 봐요. 모든 날들, 좋은 생각들이 신나는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을 거예요. 자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동영상 촬영, 준비됐나요? 처음부터 다시 불러 볼까요? 하나 둘 셋!
--- 〈꽃필로그 epilogu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