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을 찍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내게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짧은 순간,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마치 길거리에서 우연히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마주친 것처럼 정적이 흐르고 어느 순간 나는 셔터를 누르고 있다. 순간적인 판단의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마땅히 떠오르진 않는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그렇듯,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본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특성과 사고, 표정, 습관, 직업 등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패션을 통해 투영되어 나타날 때, 그 짧은 순간 나의 모든 감각이 반응한다. 찍어야겠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최신 유행하는 디자이너의 값비싼 의상이나 명품 가방으로 장식한 아름다움과는 분명히 다르다. 패션쇼장 주변에서는 트렌디한 스타일의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유명하고 어떤 값비싸고 희귀한 의상을 입었을지라도 나의 모든 감각에 반응하게 하는 그 아름다움이 없다면 무심결에 지나칠지도 모른다.---p. 6 ‘prologue_길 위에서 당신을 만나다' 중에서
June 30, 2011, Tokyo
이번 광고촬영에 20명이 넘는 사람이 팀을 이뤘다. 사진경력이 10년인 32살의 프랑스 보그 포토그래퍼가 내 어시스턴트 역할을 해주었고, 에디터와 인턴, 3명의 모델,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네일 아티스트, 여고생 6명, 강아지 2마리… 현장을 스케치하는 비디오그래퍼까지, 정말 많았다. Vogue Japan 에서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광고 촬영을 위해 파리에 있던 나에게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고, 호텔을 잡아주고. 말도 안 되는, 나에겐 분에 넘치는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을 끝내고 뒤풀이로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국적이 다양했기에 대화의 주제는 문화 차이에 관한 것으로 시작해 각자의 경험담을 '영웅담'인 양 늘어놓았고(물론 나는 군대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도쿄의 지진, 핵 이야기 같은 제법 진지한 문제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또한 대표적인 스트리트 패션 사진 블로거인 스콧 슈만이나 토미 톤의 엄청난 활약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그러다 화제가 내게 맞춰졌다. 'blogger revolution.' 경력 1년 조금 넘은 한국인 포토그래퍼인 내가(컬렉션 사진은 정확히 2010년 6월부터 찍어왔다) 파리에서 도쿄로 와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이상한 상황, 이건 패션계의 혁명이라며.
---p. 525 ‘epilogue_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남작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