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대회를 좋아하는 윤 직원 영감은 춘심이를 따라 명창대회에 갔다 오는 길에 인력거 삯을 주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하다 형편없이 깎고 애먼 돈 5전을 더 썼다고 불평한다. 버스를 타고서는 차장에게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고액권을 내놓고 무임승차를 하려는 윤 직원 영감은 일꾼들이나 하인은 상전을 섬기기만 하고 대가는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직원 영감은 인력거 삯을 깎고 나이 어린 기생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놀음차도 아낀다. 또 소작인에게 땅을 부쳐 먹고 살게 해 주고 도지를 받는 것도 자선사업처럼 큰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한다.
구한말 시절 노름판을 떠돌던 아버지 윤용규가 출처가 불확실한 돈 이백 냥으로 착실하게 살림을 해서 큰돈을 모은 후, 아버지가 화적들의 습격을 받아 죽는 것을 보고 악착같이 돈을 아끼는 것이다. 그 뒤에 일본의 식민 통치로 불한당을 막아 주고 '천하태평'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 윤 직원 영감은 지금이 태평한 시절이라고 여기고 일본인들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돈을 버는 데는 권력에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데 아낌없이 기부도 한다.
그는 가문이 변변찮은 것이 마음에 걸려, 돈으로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한 것도 모자라서 손자 종수와 종학이 군수와 경찰서장이 되어 가문을 빛낼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아들과 손자는 윤 직원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집안의 불화는 끊이지 않는다. 아들 창식은 집을 돌보지 않고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군수를 시키려던 손자 종수도 주색잡기 등 방탕한 생활로 아버지의 재산을 축낸다. 며느리와 사이가 좋지 않아 가솔들 앞에서 늘 싸움질이며 딸마저 과부가 되어 함께 산다. 고압적으로 집안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는 윤 직원 영감은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던 자식은 동경의 대학에 다니는 손자 종학이다. 그런 종학이 사회주의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이런 태평천하에 그런 짓을 하다니 쳐 죽일 놈, 깎아 죽여도 아깝지 않을 놈이라고 연해 부르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