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책에 관심을 쏟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던 중 생각의 지류를 넓히도록 도와주는 인문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 2의 독서 인생을 시작하게 된 ‘21세기 선비’. 손자나 마키아벨리 등의 고전을 영어 원서로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저자는 ‘공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종합예술이다’라는 신념하에 세상을 보는 편리한 안경인 책을 통해 인생에서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역사서를 읽으며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 할 소중한 원리원칙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고,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저자는 독서로 얻은 지식과 생각을 블로그에 공유하며 독자와 나누는 삶을 보람되게 여기고 있다. 저서로 “21세기 공부법”, “인간 노무현의 27원칙”, “하버드 도서관 24시”, “아들어 명언 200선”, “학부모의 진짜 공부” 등이 있다.
그렇다면 군주론을 읽은 지배층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대개 안에 있는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뛰어나면 책을 읽은 사람은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걸 꺼립니다. 당시 지배층은 군주론이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법과 상대방을 잔인하게 밟는 수단을 효율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 전략 하나하나가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지 말아야 할 책(금서, 禁書)으로 규정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이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죠. 그러나 이런 현상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에 불과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키아벨리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던 지배층에서 그의 사상을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마키아벨리 이전의 지배층들은 정치를 신의 뜻에 따르거나 세상의 초월적인 원리에 순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이런 의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부하들이 충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배신을 당한다는 문구나 부모를 죽인 사람은 잊어도 유산을 가로챈 사람은 잊지 못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이전의 정치사상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진보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필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전략은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키아벨리가 주장했던 내용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약자에게 더 필요합니다. 권력층은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있지만 약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대부분의 약자들은 권력자에 비해 열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이 갖춘 경쟁력으로 세상에 맞서야 합니다. 그러나 권력층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힘만으로도 상대방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습니다. 약자에게는 참 슬픈 일입니다. ---「프롤로그」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것을 선택합니다. 점심 메뉴와 같은 간단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학교 전공, 들어가게 될 회사 등 그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선택이 항상 좋지만은 않습니다. 무심코 시켰던 짬뽕이 너무 매워서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경력을 키워줄 것이라 생각했던 회사에 들어간 후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죠. 좋은 선택은 항상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남자에게 여성 속옷을 사달라고 요청하거나 화장품을 선물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그가 제대로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답은 부정적입니다. 허나 사실 이 문제는 그리 심각한 게 아닙니다. 만약 잘 모른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잘 대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나를 속이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보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남을 속여야 합니다. 물론 모두가 이익을 보는 ‘윈-윈’이라는 좋은 말이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그런 관계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잘 속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먼저 마키아벨리의 의견을 살펴봅시다. 그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언제 속아 넘어 가는가?」중에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일을 잘했던 롤 모델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사이클을 잘 타기 위해 열심히 연습만 하는 것보다는 사이클 경기의 토대인 투르 드 프랑스를 공부하고 익히면 자전거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춘추시대의 패자가 되었던 제나라 환공을 보필한 재상 한 사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희가 머릿속에 품어야 할 의문은 ‘과연 그 재상이 어떤 일을 했는가?’, ‘재상이 왜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었는가?’ 입니다. 앞서 말한 재상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그는 우리에게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로 유명한 관중입니다. 삼국지에서 유명한 인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제갈공명이 닮고 싶어했던 사람으로, 중국에서는 관중과 제갈공명을 합쳐 중국의 2대 재상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이유로 제갈량이 이토록 관중을 존경했던 것일까요? 우리는 그 내용을 그의 언행과 행적이 담긴 책인 관자(管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자는 총 86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10편이 분실되어 현재는 76편만 전해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정치, 법률, 제도, 경제, 군사, 법학, 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백과사전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명저이지요. 이 중 제일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경제와 정치 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와 정치가 백성들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데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관중은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주군인 제환공에게도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을 건의하고 실제 정치에 반영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관중의 경제철학은 ‘치미(侈靡)’로 요약됩니다. 치(靡)란 크게 베푼다는 뜻이고, 미(靡)는 많이 소비한다는 의미입니다. 관자 35편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며 그 본뜻은 ‘경기 부양의 물꼬를 트기 위해 소비를 장려한다’ 입니다. 제환공의 질문에 관중이 답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관자 치미(侈靡)편에 기록된 내용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