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얼굴이나 사진을 보지 않고 그려낼 수 있나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어머니의 눈이 속 쌍꺼풀인지 겉 쌍꺼풀인지, 아버지의 귓불은 두껍고 아래로 처졌는지, 아니면 얇고 짧은지, 어머니 눈가의 주름은 몇 개나 있는지, 아버지의 눈썹은 숱이 많은지 적은지를. 눈을 감고 다시 떠올려 보세요. 부모님이 나를 향해 오실 때 걷는 모습은 어떤지, 또 뒷모습은 어떤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머니가 집안 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팠던 적은 없는지,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지를.

우리가 왜 사는지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하거나 모진 인생 연습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은 가까운 곳에, 단순한 것에 있습니다. 늘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보세요. 그러면 부모님의 슬픔을 읽을 수 있답니다. 늘 가족을 소중히 대하세요. 가족이 없으면 나의 존재도 무의미해진답니다. 늘 사랑을 표현하세요. 사랑은 보여주는 것이지 가슴 속에 묻어두는 것은 아니랍니다.

지극히 평범하신 아버지. 말도 없으시고, 친구도 많지 않으시고,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지도 않았고, 회사에서는 언제나 성실하지만 드러나지는 않으신 분. 말 대신 많은 도리를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 어느 누가 봐도 아버지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셨지만 내 눈에는 아버지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남자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면서 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에는 더욱 충실하게 되었고 매일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간혹 회식이나 접대로 시간이 아무리 늦어져도 언제나 집에 돌아왔으며, 아무리 많은 술을 마셨어도 언제나 어머니와 아내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떠올렸다. 또 가끔씩 딸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사다주었으며, 어머니와 아내의 생일에도 선물과 축복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것을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 이것은 남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시는 분입니다. 당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이라면 뼈저린 배고픔과 굴욕감조차 감내하시는 분입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직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