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많은 선택권과 경로를 제시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나아가 선택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면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유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우리 자신에게 지루할 틈을 주는 것이다. --- p.19
생활 속 바쁜 일들에 정신이 팔리지 않으면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불편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곧 ‘시간 죽이기’로 이어진다. 일주일 내내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텅 빈’ 시간이 오히려 너무 괴로운 시간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p.30
인간의 모든 감정은 쓰임새가 있다. 원래 ‘나쁘’거나 ‘잘못된’ 감정은 없다. 우리가 감정 자체, 또는 감정이 던지는 메시지를 외면하고 묵살할 때, 감정은 우리 삶의 부정인 동인(動因)이 된다. --- p.33
지루함은 생각이 자라고 발전할 공간도 제공한다. 지루함 속에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무의식 속에 있는 다른 모든 정보와 만나 배양되고 혼합될 기회를 얻는다. 마법은 이때 일어난다. --- p.118
어떤 직업에서나 창조적 활동을 이뤄낼 수 있다. 문제에 관해 창조적 해법을 찾거나, 기존 시스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도 모두 경이롭고 혁신적인 창의성의 구현이다. 결국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한 가지는 당신 자신뿐이다. 자기 창조가 가장 창조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 p.122
지루함을 회피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남는 시간을 사람으로 채우는 행위다. --- p.126
지루함을 피하는 도구로 사람을 택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대상이 된다. 거의 소유물처럼 바뀌기도 한다. 사람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 p.127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모든 위험 속에서도, 존재에 더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의 분산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누가 가장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지 경쟁한다. 목표는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집단적으로 포용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끝없는 주의 분산과 몰입의 위험을 자각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는다.
“동서를 막론하고 욕망이란 현상은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지만, 지루함이란 현상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쇼펜하우어나 키르케고르 그리고 니체와 같은 철학자들이 지루함을 간혹 언급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철학 주제로서 본격적으로 다룬 적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마크 A. 호킨스의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책이다.” -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초인수업》저자)
“이탈리아에서는 어린이들이 심심할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심심해져야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탈리아 사람들이 패션이나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보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어린 시절부터 이탈리아인들이 심심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국의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지루함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요.” 알베르토 몬디 (방송인, 《이탈리아의 사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