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그동안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불교의 지혜와 교훈을 독자들에게 꾸준히 전달해 왔다. 그의 글은 마치 사람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진솔하며, 또한 짧은 호흡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삶의 철학과 진리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욱 흡인력이 있다. 최근까지 서원대학교 강사와 법주사 수련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충북 경실련 공동 대표로도 활동해 오고 있다. 3년 전 청주 근교에 작은 사찰 ‘마야사’를 창건하여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삶을 살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2009 올해의 불서 선정 도서),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언젠가는 지나간다』, 『번뇌를 껴안아라』,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도서), 법문집『오늘은 선물이다』등이 있다.
만약 모과가 다른 과일처럼 달콤하고 예쁘기만 했다면 향이 그토록 진할 수 있었을까? 다시 말해 맛없고 볼품없는 것은 단점이지만 상큼한 향은 오히려 장점인 것이다. 진한 모과 향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값진 결과다. 저 길고 여린 가지로 여름날의 폭풍우에도 열매를 지키지 않았던가. 비록 그 모양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지는 못하지만 모과는 그 단점을 향기를 통해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세상의 꽃들과 나무들이 서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우열이 아니라 조화의 이치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 서로의 능력과 재주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우열의 잣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모과나무 아래에서」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신도의 할머니가 평소에 “어느 집안이든 화장실이 있다.”면서 자신의 어깨들 다독여 주었다고 했다. 저택이든 오두막이든 화장실은 다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집안이든 냄새나고 골치 아픈 일 하나씩은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즐거운 일만 가득 차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고민만 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 이웃들 모두는 그들만의 근심 걱정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집의 행복만 부러워하지 말고 내 집에 이미 구족되어 있는 행복의 조건을 찾는 것이 훨씬 이성적인 행동이다. ----「어느 집안이든 화장실이 있다」중에서
일찍이 조주 선사는 가르침을 묻는 이들에게 “차나 마시게!”라는 법어를 남겼다. 수행이 일상을 떠나면 생명력을 잃고 만다. 이는 고기가 물을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조건과 형태가 화두여야 한다. 그래서 차 마실 땐 차만 마시고, 밥 먹을 땐 밥만 먹어야 하는 것이다. 밥을 얼른 먹고 그 다음 일을 해야겠다고 하면 현재의 행동은 무의미하다. 그 다음 시간은 기다리지 않아도 다가온다. 괴로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길 바라지만 그 시간 또한 지나가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를 살면서 그 시점이 과거에 머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지금의 가치는 없어지고 만다. 즉, 시점과 행위가 일치해야 비로소 행복한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중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는 뜻하지 않는 사고나 질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앙을 통해 액운이나 병고를 피하게 해 달라고 염원하지만 그 뜻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는 어차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 어떤 전지전능한 신神의 보호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신앙을 믿는 목적은 삼재와 팔난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런 고통이 왔을 때 어떻게 수용하느냐 하는 자세를 배우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다 성숙하게 지니는 일이 신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