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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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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밤

: 이옥 단편 모음

[ EPUB ]
서정오 | 알마 | 2011년 10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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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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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6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4.8만자, 약 1.6만 단어, A4 약 30쪽?
ISBN13 9788995832929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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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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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이옥
이옥(李鈺, 1760~1815)은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일찍이 창작에 힘썼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정조의 꾸짖음을 받은 이후 여러 일을 겪으며 청운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경기도 남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다가 삶을 마쳤다.
그림 : 이부록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공부했다.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 『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들에서 실험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어린이책 그림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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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귀뚜라미 이야기를 하지. 송귀뚜라미는 서울 사람인데, 노래를 무척이나 잘 불렀어. 그 중에서도 귀뚜라미 흉내내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불러서, 별명도 아예 ‘귀뚜라미’가 된 거야. 송귀뚜라미는 어려서부터 아주 열심히 노래를 배웠어. 소리내는 법을 얼마만큼 익힌 다음에는 날마다 폭포 있는 데 가서 노래 연습을 했다지. 폭포 물이 콸콸 넘쳐흐르고 퐁퐁 튀기고 쏴아 쏴아 시끄럽게 떨어지는 데서 소리 내는 연습을 했단 말이지. 그렇게 한 일 년 넘게 연습을 하니까, 드디어 제 목소리만 들리고 폭포 물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더래. 또,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넋을 놓고 꿈꾸는 것처럼 노래하기도 했대. 처음에는 소리가 갈라지고 흩어져서 영 가지런하지를 못하더니, 한 일 년 넘게 연습을 하니까 회오리바람이 몰아쳐도 소리가 흩어지지 않더래.
--- p.11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는데 서방님은 산 속 절간에서 공부 잘 하고, 날마다 몸 편히 잘 계시나요? 늘 서방님을 생각하며 하루도 잊을 날이 없답니다. 저는 서방님이 떠나신 뒤로 어쩌다가 병을 얻었는데, 그 병이 점점 뼛속에 사무쳐 아무리 약을 쓰고 음식을 잘 먹어도 차도가 없군요. 이제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저같이 복 없는 사람이 살아 있은들 무엇하겠습니까? 다만 세 가지 큰 아쉬움이 마음에 구차하게 남아 있어 죽어도 눈을 감기 어렵습니다.
--- p.43-44
어느 날 밤, 내가 등잔 기름이 다 닳은 뒤에 잠이 들었는데 실컷 자고 깨어 보니 아직 캄캄하더라고. 그래서 심부름하는 아이한테 물었지.
“밤이 얼마나 됐느냐?”
“아직 자정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잠이 들었어. 실컷 자고 깨어나서 또 아이한테 물었지.
“밤이 얼마나 됐느냐?”
“아직 닭 울 때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억지로 잠을 청했지마는 잠이 와야 말이지. 몸을 뒤척뒤척하다가 일어나서 또 아이한테
물었어.

“밤이 얼마나 됐느냐? 방 안이 환한 걸 보니 날이 샌 게지.”
“아니, 아직 날이 새지 않았습니다. 방 안이 환한 것은 달빛이 지게문에 비춰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가 소리쳤어.
“아이고 참, 겨울밤이 길기도 하구나.”
그랬더니 아이가 뭐랬는지 알아?
“무슨 밤이 길다고 그러십니까? 나리한테나 긴 게지요.”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성을 내어 따졌지.
“뭐라고? 왜 그런지 어디 한번 말해 봐라. 말 못하면 혼내 주겠다.”
그랬더니 아이가 차근차근 말을 하는데, 듣고 보니 썩 그럴 듯하더라고.
너희들도 한번 들어 볼래?
--- p.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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