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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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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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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540g | 170*220*20mm
ISBN13 9788960530874
ISBN10 8960530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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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의 샘은 어느 날, 6달러만 내면 누구든지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독립 살롱전’에 변기를 하나 떠억 하니 가져다놓았다. 이름하여 '샘'. 누가 봐도 그건 변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뒤샹이 대리석을 가져다놓고 미켈란젤로처럼 돌덩어리에서 영혼이 된 변기의 형상을 칼끝으로 파거나 깎아내서 만든 것도 아니다. 당시 미국의 남성 화장실이면 어김없이 놓여 있는 즐비한 상품 중의 하나를 그냥 가져다 놓은 것에 불과하다. 처음엔 심사위원들이 “장난하나?”라고 치워버렸던 그 작품, 지금은 현대 미술을 알리는 시조처럼 신줏단지 모시듯 모셔지고 있다. (중략)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존재하던 변기가 미술가에 의해서, 그리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엄청난 담론들에 의해서 미술 작품으로 부활한 것이다. ‘소변금지’라는 말과 흉악한 가위가 그려져 있지 않아도, 우리 중 누구도 그곳에 소변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습게도, 우리가 기실 미술이다, 미술이 아니다, 예술이다, 예술이 아니다 라고 논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뒤샹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pp.41-45

하다못해 빈 캔버스에 칼로 흠집을 낸 미술가도 있다. 폰타나의 '공간구성'을 보라. 어찌 보면 아무 것도 그리지 않았으니 추상화라 할 수 있겠다. 혹은 캔버스 자체를 하나의 만들어진 결과물로 본다면, 추상조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회화건 조각이건 그 침묵의 여백과 칼자국 속에서 우리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긴, 혹은 그림으로 그리기엔 너무나도 벅찬 어떤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텅 빈 당신의 마음. 그리고 그 빈 마음에 기어이 흠집을 낸 무자비한 그 어떤 힘, 그 자체를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어떻게 보면, 폰타나의 그 작품은 캔버스에 대한 도발과 저항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꼭 그려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불러일으키는 캔버스에 대한 폰타나의 발칙한 저항이 칼이라는 폭력적인 언어와 교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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